▲민들레
청소년은 어른들의 '창'이요 '거울'이다. 흔히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고 말한다. 우리의 미래, 청소년들은 지금 우리 사회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다리미를 든 대통령>이란 책에 따르면, 중·고생 90% 이상은 '한국사회가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90%의 학생들이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정치권을 꼽았다. 아울러 78.2%가 부패를 없애고 싶은 분야로 정치권을 선택했다. 우리 사회가 부패한 이유로는 53.1%가 정치권의 부패를, 18.8%는 인맥과 지역주의, 동창회, 학연이라고 대답했다.
뇌물과 부정행위 같은 위법 사건이 계속되는 이유로 64.3%는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거나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26.5%는 '법을 지키면 자신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럼, 어른들에게 같은 질문을 그대로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글쎄, 모르긴 몰라도 청소년들의 대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부패에 대해서만큼은 할 말이 많지 않을까? 아니 우리들이 부패라는 단어와 함께 떠올리는 말은 '정치'와 '기업'이라는 단어뿐일까?
김정수의 <다리미를 든 대통령>은 '부패에 대한 모든 것'을 모아놓은 책이다. 부패의 종류와 부패의 시작, 역사 속 부패, 부패척결을 위한 노력 등. 이 책을 통해선 부패에 대한 모든 것을 쉽고 재밌게 만날 수 있다.
대통령은 왜 다리미를 들었을까?
지난 2002년 한국을 방문한 핀란드 대통령 '타르야 카리나 할로넨'의 검소함은 그가 묵었던 호텔 사람들을 경악시킬 정도였다. 호텔 직원 말로는 그는 핀란드의 자기 집에서 쓰던 다리미와 다리미판을 가져와 객실에서 손수 옷을 다려 입었다고 한다. 또한 "내 머리 손질은 내가 직접 할 수 있다"며 호텔에서 제공한 전문미용사의 머리 손질도 사양했다. - 본문 중
핀란드 지도층들에겐 높은 수입과 무관하게 검소한 생활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고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다리미와 다리미판을 직접 갖고 다니며 옷을 다려 입는다는 것은 부패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서 핀란드는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국가 경쟁력에 대한 다른 자료에서도 1위와 2위에 올라있는 핀란드의 풍토는, 부패인식지수 22위인 우리로서는 참 부러운 현실이다.
핀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혹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브라더' 같은 철저한 감시조직이 있어서 전 국민을 24시간 감시해서일까?
아니다. 핀란드에는 '빅브라더'도 '감시카메라'도 없다. 우리나라에 있는 '부패방지위원회'같은 조직조차 없다. 있다면 국립수사국(NBI)의 한 부서가 부패문제를 전담하고 있으며 관계자는 도리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지금 헬싱키 법원에 계류돼 있는 사건 하나를 빼고는 언제 그런 사건을 다뤘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런 일은 원체 드므니까."
저자는 핀란드와 한국의 정치와 사회실정 등을 8가지로 정리, 조목조목 비교하며 한국 사회가 불명예스런 부패지수를 털어 낼 수 있는 대안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부패 없는 사회 위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부패는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인류의 발전과 함께 해 온 부패, 책 속에는 부패와 관련된 동서양의 흥미로운 역사이야기들도 많다. 이야기들은 반부패의 당위성을 강조하지는 않지만,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흥미 있고 설득력이 있다.
청렴하기로 소문난 황희 정승이 부패사건 때문에 옷을 벗은 일화나 마틴 루터의 면죄부 사건 등은, 최근 몇 년 우리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분노하게 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뇌물수수나 삼풍백화점 붕괴, 화성 씨랜드 화재와 같은 우리 주위의 사건들과 중첩돼 있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부패의 역사를 통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들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하여 인간사회의 고질병인 부패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영웅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흥미롭고 의식이 바로서는 내용들이다. 부패 없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5장으로 나누어 들려주는 부패 이야기들. 본문 내용과는 달리 약간 가볍게 다뤄져 있는 부패관련 에피소드들을 얻는 보너스도 만만찮다. 알고 있으면 어디에서든 화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빼곡해 조목조목 재미있는 책이다.
몇 가지만 덧붙여 소개하면 ▲떡값이란 말은 왜 생겼을까? ▲사과상자는 언제부터 뇌물의 대명사로? ▲아는 것만 힘이랴? 받는 것도 힘이다! ▲왕도 부패하면 폐위되었던 나라 고구려? ▲신돈과 쇠를 먹어치우는 불가사리(不可殺伊)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와 부패는 어떤 연관? ▲부패에는 국경이 없다. 록히드사건 ▲썩을 대로 썩은 부패? 그러나 부패는 썩지 않는다? 등이다.
| | 저자 김정수는 누구? | | | | '저자 김정수'(1965, 원주)는 베를린 홈볼트대학 유학 시절, 문제를 감추기보다는 드러내고 그 드러난 문제점을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독일 사회를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나치독일의 청산이나, 수상과 시민이 거리에서 격의 없이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모습, 권력에 대한 그 어떤 지독한 풍자도 허용되는 비판 환경을 보면서 개방과 투명성이 하나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실장을 거쳐 현재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부패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해 온 시민단체들이 지난 1990년 8월24일 함께 만든 단체로 전국에 지역조직을 두고 있다. 또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를 맡고 있다.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는 2005년 3월9일 '공공', '정치', '경제', '시민사회' 4대 부문의 주요 대표자들이 우리 사회를 보다 깨끗하게 하기 위한 '투명사회협약'을 맺고 이 협약을 실천, 확산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처음 4대 부문에 국한되었던 협약은 현재 보건의료, 금융, 교육 분야로 확대됐으며 점차 확산중이다. | | | | |
덧붙이는 글 | <다리미를 든 대통령>-부패없는 사회를 위하여
-김정수지음/민들레 2006.5.30/8500원
다리미를 든 대통령 - 부패 없는 사회를 위하여
김정수 지음,
민들레,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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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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