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화장실에 붙어있는 '안티조선' 문구.김병기
[세상을 바꿔가는 현장보고서-16일간 전국일주] 공식블로그 바로가기
옥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정지환 <시민의 신문> 기자를 통해서였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 CBS >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을 진행할 때니까 꽤 오래 되었다. 충청도의 한 지역에서 <조선일보> 보는 사람이 거의 없게 만들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곤 한동안 잊고 있었다. 간혹 언론문화제 한다는 이야기로 옥천이야기가 흘러 지나가긴 했어도 그러려니 했고.
결국 옥천을 가보게 만든 것도 정지환 기자였다. 저녁방송 출연이 있던 날 핸드폰으로 문자가 들어왔다. 정지환 기자 부친상. 정 기자 고향인 여주로 가야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 도착하니 아는 얼굴이 거의 없었다. 그때 그 상가 구석에서 오한흥 대표를 만났다. 1시간도 안 되는 동안 오 대표 이야기에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대낮부터 술잔 들다
대청호가 가까이 있다 해서 댁도 대청호 옆이냐 하였더니 대뜸 '아니 우리 집 옆에 대청호가 있다'는 그의 말 한마디는 그가 세상을 어찌 보고 사는 지 느끼게 해줬다. 3년 시한으로 옥천에 초청한다는 구두초청장을 받아들고 서울로 와서는, 며칠 후에 옥천을 수시로 다닌다는 정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언제 가느냐고.
대전역에 내리니 오 대표가 맞는다. 3년 시한의 초청장을 너무 일찍 사용해버린 것은 아닌 지 모르지만 하여간 나로서는 언제 사용할 지 모르는 초청장이라 이왕이면 좀 짬이 나는 요즈음에 사용하지 않고는 기약 없는 일이라 염체 불구하고 와 버린 셈이다. 오후 무렵 도착한 셈인데, 결국 대낮부터 술잔을 들게 되었다.
오 대표 집 마당 한쪽에 마련된 화덕은 그 집을 찾는 사람들이 고기 굽고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일 수 있게 그가 직접 기둥을 세우고 천장을 만들고 화덕을 만든 것이었다. 불쏘시개가 들어가는 화덕 앞에는 '이문렬의 금시조 여기에 추락하다'는 글귀가 붙어 있다. 이문렬의 언행에 대한 냉소를 그렇게 희극적으로 표현한 '공간'을 만들어 새삼 <조선일보>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었다.
그 화덕 앞에서 권커니 잣커니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오 대표의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아예 MT를 할 수 있도록 별채를 만들었고, 별채 뒤에는 작은 연못도 하나 꾸며두었다.
화장실 문에 '똥만도 못한 조선일보'라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은 역시 <조선일보>에 대한 냉소를 희극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화장실 옆 닭장에 대한 그의 설명은 그것이 하나의 작은 우주라는 것이었다. 장닭과 암탉들이 어우러져 알을 낳고 이를 품어 나온 병아리들이 삐약 대는 소리는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이었다.
그곳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섭리를 알게 된다는 그의 말을 온전히 다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자연순환형으로 집안 곳곳을 설계해 놓은 그의 말에 비추어 보건대 자신의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운동과 생태를 이어가는 그의 생각 한 자락을 어렴풋이 느낄 것도 같았다.
방벽의 흔적... 자연스런 소통의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