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처럼 되어버린 새만금에 세워진 경운기마차김성원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 뒤 밀물과 썰물은 예전 같지 않았다. 물때도 바뀌고 물이 제대로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게 되었다.
하루 두번 물때가 되면 주민들은 경운기 뒤에 포장을 한 경운기마차에 아낙들을 태우고 갯가로 간다. 계화도에서 갯가까지 30여 분을 달려야 갯가에 닿을 수 있다.
물때를 맞춰 나온 주민들은 아직도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여기저기 경운기 마차를 세워놓고 갯강을 바라볼 뿐이다. 성급한 사람들은 배를 타고 좀더 물 깊은 반대편 갯가로 건너가기도 한다.
그레는 갯벌바닥을 긁어 백합이나 조개를 잡는 도구이다. 예전에는 썰물때를 맞춰 물 빠진 갯벌 위에서 그저 그레로 긁어 줍기만 했다. 방조제가 막힌 후 어느새 그레질은 물그레질로 바뀌었다.
물그레질은 긴장화나 방수복을 입고 물 속 깊이 몸을 담그고 조개를 잡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드넓은 갯벌이 섞어가기 시작한 지 오래다. 이제 물 속에서라도 그레질을 해야만 그나마 백합이나 조개를 잡아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2일 새만금에서 그렇게 물그레질을 하던 류기화씨는 영영 새만금 속에 잠겼다. 태풍 때 열어놓은 수문으로 담수가 빠져나가 오랜만에 백합 풍성한 갯벌 속으로 사라졌다. 뒷걸음치며 그레질하듯 그 팍팍했던 삶을 뒤로하고 새만금을 지키려했던 서른 아홉 여인이 떠나갔다.
물고기 장승이 힘겹게 기울어져 지켜선 새만금에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사막처럼 변해버린 갯벌 위로 물냄새 맡은 갯지렁이들 숨구멍이 지천으로 솟아났다.
물 기운에 올라왔지만 바다 짠물이 아닌 민물에 게들이 힘없이 서성인다. 홍수가 지나면 그나마 저 게들도 다 죽게 된다고 한다. 이미 물이 말라버린 갯벌에는 여기저기 죽은 게들이 보였다.
은빛 비늘을 털어 낸 물고기도 말라죽어 있었다. 조개나 백합 어린 치패들도 속을 내보이고 죽어 있었다.
그래도 희망은 뒷걸음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새만금이 다시 열릴 날까지 뒷걸음이라도 갯벌 위를 걷겠다는 사람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