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래
태산의 입구로 가니 계단 양쪽으로 용이 양각된 기둥이 나란히 서 있다. 옆의 다리와 그 아래의 소(沼)가 맑게 보인다. 태산 안내도를 보며 심호흡을 했다. 기대가 잔뜩 부풀어 올랐다. 어차피 시간 상 걸어 올라가기는 힘든 상황이었고, 동행한 친구들도 마찬가지라는 표정이었다. 그저 그들이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가는 수밖에.
결론은 사실 매우 실망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태산에 대한 나의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설악산과 다를 바 없고, 그 높이도 해발 1845M다. 또 하나 아마 걸어서 올라갔더라면 역사가 기록한 많은 것을 보았을 것이고, 힘든 만큼 뿌듯한 마음도 들었을 것인데 너무 편안하게 올라간 것이 실망스러움에 일조를 하지 않아나 싶다. 그 악명 높은 십팔반(모두 7412개의 계단이라 한다)을 걸어 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