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당선되면, 패자는 한나라당일까?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탄핵 세력'의 확산과 열린우리당의 고민

등록 2006.07.24 09:01수정 2006.07.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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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 성북구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토론회가 21일 오후 서울 고려대 방송국에서 열려 후보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가 열리기전 조순형 민주당 후보와 보좌진이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7.26 성북구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토론회가 21일 오후 서울 고려대 방송국에서 열려 후보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가 열리기전 조순형 민주당 후보와 보좌진이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7·26 재보선에 출마한 조순형 민주당 후보가 약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최수영 후보를 오차범위 내로 따라잡았다고 한다. <동아일보> 보도다.

조순형 후보가 당선 되면 타격을 받는 곳은 어디일까? 한나라당은 아니다. 폭식을 하면 배탈이 나기 십상이다. 수해지역 골프 추태가 그 예다. 당 일각에서 "당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려면 한두 곳은 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져도 설사약 먹은 셈 칠 수 있다.

가장 아픈 곳은 열린우리당이다. 그럴 이유가 있다.

조순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다. 재보선에 출마하면서까지 탄핵 정당성을 재삼재사 강조한 인물이다. 그런 조순형 후보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정파를 초월해 있다.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 한나라당의 홍사덕 전 원내대표, 새정치연대 장기표 대표, 뉴라이트 전국연합 김진홍 상임의장 등이다. 모두가 '반노'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지원유세의 내용도 '반노'다. 이인제 의원은 "조순형 후보의 당선은 노 정권을 반대하는 세력의 승리이자 탄핵주도세력에 대한 역사적 복권"이라고 했고,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깨져서 오면 받아주겠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의 속이 편할 리 없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번 선거에 탄핵세력이 결집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고 했고, 당사자격인 조재희 후보는 "탄핵세력이 정치적으로 재등장하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먼저 갈음할 필요가 있다. 조순형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것을 "탄핵주도세력에 대한 역사적 복권"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볼 근거는 없다. 지금의 '반노' 정서를 2년 전 '반탄핵' 정서의 역현상으로 볼 근거는 없다. '반탄핵'과 '반노' 정서 사이에는 세월의 더께가 쌓여있다. 2년 동안 정책이 바뀌었고, 생활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달라진 것이지 뒤집힌 것이 아니다. 지금의 '반노' 정서를 2004년 탄핵 당시로 끌어대는 건 오히려 논리적 비약에 해당할 수 있다. 흔히 얘기하는 역사적 환원주의에 해당할 수도 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가 탄핵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정서가 아니라 요건이었다.

그렇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 있다. "탄핵주도세력에 대한 역사적 복권" 여부와는 무관하게 '탄핵주도세력'의 확산이 가시화된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건 바로 이 현상이다.


반노와 반탄핵 정서 사이의 더께

지난 2004년 3월 20일 저녁 6시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이 주최한 '3.20 탄핵무효를 위한 100만인 대회'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60여곳에서 열렸다.
지난 2004년 3월 20일 저녁 6시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이 주최한 '3.20 탄핵무효를 위한 100만인 대회'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60여곳에서 열렸다.권우성
'탄핵주도세력'은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한화갑 대표가 그랬다. 범여권 통합을 원하면 민주당 분당사태를 촉발한 인사들을 떨궈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으로선 당장 그럴 수 없다. 그 순간 당은 깨진다. 시간이 필요하다. 범여권 통합을 '탄핵주도세력'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만신창이가 된 당부터 수습해야 한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떻게 시간을 끄느냐가 문제다. 질질 끌려다니면 안 된다. 판을 주도하면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러려면 '탄핵'과 '반노'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런데 그럴 계기가 없다. 오히려 현실은 조순형 후보의 약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눈 여겨 보자. 열린우리당의 신기남 의원은 "당 정체성에 맞는 대선후보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조기 대권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 주장엔 이중포석이 깔려있다. 대선후보를 조기에 선출하면 당의 구심력을 확보할 수 있고 '탄핵주도세력'의 '외침'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과 이른바 '맞장'을 뜨는 구도를 만들어 '반노'의 늪을 건널 수도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신기남 의원은 "우선"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이 "우선" 자기 당 대선 후보를 옹립하면 범여권 통합이 가능할까? 열린우리당은 범여권 진영 중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정파다. 그런 정파의 대선 후보와 경선을 치르려는 인사가 있을까? 공정경선을 보장한다고 각서를 쓴다 한들 믿을까? 설령 그런 판이 만들어진다 한들 지속될 수 있을까?

공정경선에 대한 해답은 한나라당의 최근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고, 열린우리당 후보 선출 후 범여권 후보 경선방안의 현실성은 2002년 후보 단일화 사례를 통해 잴 수 있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선 조순형 후보가 당선 되지 않는 게 최선일 수도 있다. 그래도 화근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조순형 후보가 낙선을 하더라도 열린우리당 조재희 후보를 압도하는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이 경우에도 열린우리당은 코너에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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