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봉을 했던 벌통입니다. 지난 5월말에 했는데, 또 하네요.배만호
벌들이 살기 힘들다며 이사를 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곳(경남 함안 가야읍)은 큰 도시는 아니지만 작은 읍이 있는 도시이고,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벌을 키운다고 할 때에 벌을 주시는 분도 반대를 했습니다. 괜히 벌만 아깝게 한다며 말리셨습니다. 저는 농담처럼 이렇게 말했습니다.
"틈새를 노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시와 가까우니 양벌을 키우는 사람도 없을 테고, 토종벌은 더욱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 제가 벌을 키우면 잘 될 것 같지 않을까요?"
그렇게 고집을 부려 가져온 두 통의 벌들이 봄과 여름을 맞이하여 세력을 잘 키워 갔습니다. 벌통이 한 단씩 올라갈 때마다 벌을 주셨던 분께 전화를 해서 자랑을 했습니다. 하지만 별로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마지막까지 봐야 한다며 성급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지요. 초여름 무렵에는 죽는 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전화를 해서 안타까움을 이야기하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농약을 많이 치니깐 그래요. 그냥 팔자려니 하고 남은 벌들이나 잘 살펴 주세요."
죽는 벌들이 몇 마리 생길 즈음에는 벌통에 있는 벌의 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바쁘게 오가던 벌들이 한산해 졌습니다.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러다 다 도망가 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아침저녁으로 벌들을 보며 인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다른 좋은 집을 찾아 떠나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