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공무원, 장애인 및 여성 폭행 '논란'

등록 2006.07.28 15:13

수정 2006.07.28 15:13

▲**사건 발생 다음날(27일), 공동투쟁단 회원들이 모여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전진호

비리가 밝혀진 사회복지재단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인권 및 장애인단체 회원들을, 관할 구청 공무원들이 이들을 폭행 및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 가담한 일부 공무원들이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26일 밤 10시께.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에 속한 20여명은 관할구청인 종로구청 앞에서 재단 비리 척결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종로구청 공무원들이 이들을 해산하고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공동투쟁단에 속한 김정하 활동가는 "그날 오후 시위과정에서 뜯긴 천막 구조물에 비닐을 덧대고 비를 피하던 중 종로구청 직원 50여명이 몰려와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 중 일부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공무집행 중'이라고 떠들며 욕설을 퍼부었으며 이를 말리는 여성활동가의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폭행을 당한 조현민 활동가는 "당시 남아있던 회원 20여명은 대부분 여성이나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었다"고 말한 뒤 "수십 명의 구청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플래카드를 뜯어낸 뒤 그것을 이들의 목에 감아 조르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폭력사태가 벌어졌음에도 구청 바로 옆에 있는 종로지구대에서는 나와 보기는커녕 문을 굳게 닫고 있다가 한참을 두드린 뒤에야 열어줬다"며 분개했다.

그러나 종로구청에서는 이러한 주장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구청직원들이 공동투쟁단원들에게 맞아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일두 종로구청 사회복지과 계장은 "각 부서별로 2명씩 비상대기 중이던 직원들이 모여 철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혹시나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잡고 끄는 과정에서 약간의 마찰이 있었던 것이지 폭행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많은 구청 직원들이 전동휠체어 등에 의해 심한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계장은 "술을 마신 이들이 구청직원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이미 퇴근한 상태였다"며 "퇴근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동료를 만나기 위해 구청을 찾았던 것이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며 음주 상태에서 철거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한편, 구청 직원 중 2명은 폭행 및 성추행 등 혐의로 종로경찰서 종로지구대에 현행범으로 체포돼 종로경찰서 폭력 2팀에서 조사를 받은 후 불구속으로 풀려났다. 또한 종로구청측도 '공동투쟁단 소속 비장애인들에게 맞아 20여 명의 구청직원이 다쳤다'며 공동투쟁단 관계자들을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