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쏟아지던 날의 양구 여행이야기

비를 피해 찾아간 선사박물관과 박수근 미술전시관

등록 2006.07.29 09:51수정 2006.07.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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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화천읍내 들어서기 전 화천강을 바라보던 중 발견한 거미집...

화천읍내 들어서기 전 화천강을 바라보던 중 발견한 거미집... ⓒ 문일식


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날씨는 일기예보를 통해 접하게 되는데도 유감스럽게도 쉬이 맞지 않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주말에 비가 많이 내린다라는 일기예보를 접했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바뀔 거야'라는 생각으로 일기예보 사이트를 매일 들어가 봐도 주말 내내 비가 내린다는 소식뿐 해가 날거라는 소식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때 가봐야 알지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난 15일 자정이 넘은 시각 서울에는 간간히 빗줄기가 보일 뿐 비가내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렇지'하며 내심 기분 좋게 출발을 했습니다.


한강을 넘고어 6번과 44번 국도를 달려 경기도와 강원도를 지났습니다. 문득 빗줄기가 차창을 스쳤습니다. 아~~ 탄식소리와 함께 빗줄기는 거세지고, 어두컴컴한 도로를 라이트에 의지한 채 조심스레 달려 도착한 곳 강원도 화천 평화의 댐.

이번 여행의 일정은 17일까지 이어지는 강원도 계곡 답사였습니다. 화천 평화의 댐을 지나 양구의 두타연을 둘러보고, 광치계곡을 들러 인제로 넘어간 뒤 산간 오지에 숨은 계곡을 두루두루 둘러볼 심산이었습니다. 평화의 댐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반, 차를 세워놓고 비가 멈춘 댐 주변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면 멋진 운무와 함께 일대 장관을 볼 거라는 즐거운 상상과 함께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감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a 양구시내에서 두타연을 찾아가는 길..많은 비로 토사가 흘러내리고, 도로로 넘쳐나는 빗물...

양구시내에서 두타연을 찾아가는 길..많은 비로 토사가 흘러내리고, 도로로 넘쳐나는 빗물... ⓒ 문일식


새벽 6시 반 바깥의 요란스러운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그렇게 원치 않았던 비가 정말 시원스럽게도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 절망… 컵라면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하염없이 내리는 비만 바라보다가 다른 곳은 몰라도 두타연은 가보기로 했습니다. 익숙한 길입니다. 지난 2월초에 왔었던 바로 그 길입니다.

양구시내에 도착한 후에도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타연으로 가기 위해서는 양구시내에 있는 명품관에 모여 서약서를 작성한 뒤 인솔자와 함께 두타연으로 가야합니다. 명품관에 도착하니 두타연을 갈 수 있는지 여부를 아직까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들어가도 괜찮다는 군부대와의 통화를 하고서야 두타연으로 출발했습니다.

a 도착 직후 입장이 전면 통제된 두타연 입구...

도착 직후 입장이 전면 통제된 두타연 입구... ⓒ 문일식


양구시내에서 두타연까지 가는 길도 대략 20분 남짓 걸리는 길이었는데, 길 중간 중간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와 돌들이 도로 위를 나뒹굴었고, 빗물들은 도로를 타고 낮은 곳으로 거침없이 흘렀습니다.

황토색으로 변해 무섭게 흐르는 물살이 수입천을 가득 메웠습니다. 차가 지나는 곳마다 연신 하얀 물줄기를 뿜으며 두타연 입구에 도착했지만 결국 두타연 출입이 전면 통제되었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쉽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도 돌아서는 수밖에….

a 양구 선사박물관의 전경...

양구 선사박물관의 전경... ⓒ 문일식


왔던 길 그대로 다시 돌아와 양구로 들어왔습니다. 일단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선사박물관과 박수근미술관을 찾기로 했습니다. 양구 선사박물관은 전국 최초로 지어진 선사시대 박물관입니다. 양구읍 상무룡리에서 출토된 구석기유적, 해안읍에서 출토된 신석기 및 청동기 유적을 전시해 놓은 전시관입니다.

양구 선사박물관은 총 5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1전시실은 선사시대의 개관을 모형과 사진으로 설명하고, 2,3,4전시실은 상무룡리의 구석기 유물과 디오라마, 신석기, 청동기시대의 유물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5전시실은 고인돌 모형과 함께 출토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는 패널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a 박수근 미술관의 전경...

박수근 미술관의 전경... ⓒ 문일식


양구읍에서 서천을 건너 박수근 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진한 황토빛 급류가 다리 밑으로 거침없이 흐르고, 다리를 건너는 짧은 순간에도 아찔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정림리에 위치한 박수근 미술관은 이곳 양구 정림리에서 태어난 화가 박수근 선생을 기리고, 그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 2002년에 세워졌습니다.

화가 박수근 선생의 삶은 '예술=가난'이라는 공식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1914년 삼대독자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고, 6.25동란을 겪으면서 부두노동자로, 미군px에서 초상화 그려주는 일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습니다.

어려웠던 삶은 그가 결혼 전 아내에게 보냈던 편지와 밀러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백내장으로 고생하다 한쪽 눈까지 실명하면서도 작품 활동에 열중했고, 결국 1965년 간경화가 악화되면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a 생전 박수근 선생의 모습과 필적...

생전 박수근 선생의 모습과 필적... ⓒ 문일식


"마음 없는 붓을 들고 오늘도 오고가고 그림은 더듸고 세월은 빠르고나 못오는 청춘이라 허송하기 서러워라" 그의 사진과 함께 세로로 삐딱하게 씌어진 글귀입니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시간 앞에 초조해진 그의 모습일 런지 아니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느껴지는 그만의 번뇌일 런지….

박수근 미술관은 크게 기념전시관과 기획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기념전시관에는 박수근 선생의 삶이 은은한 불빛아래 펼쳐져 있습니다. 생전에 찍었던 사진들과 여러 유품들이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a 박수근 선생의 작품 중...

박수근 선생의 작품 중... ⓒ 문일식


세상 사람들은 그를 '서민작가'라고 부릅니다. 그의 모티브가 되었던 많은 작품들이 '서민'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둘러보면서 느끼는 공통점은 무덤덤한 모습과 쭈그려 앉은 모습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평범한 아저씨의 인상이 짙게 풍기는 모습과 함께 무릎을 세우고 손을 깍지 낀 사진이 무척 인상에 남았습니다.

쭈그리고 앉아있는 서민이라… 그렇게 어렵게 살아야만 했던 시절의 많은 사람들의 서민적인 삶을 그렇게 그린 것일까? 모르겠습니다. 미술에 관한 한 학창시절에도 매번 C이상을 맞아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칼국수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났습니다. 네비게이션으로 검색하고 난 뒤 찾아간 곳은 장칼국수란 곳이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토요일 오후인데도 그 좁은 가게 앞 공터는 차들로 빼곡히 들어차고, 예약 손님이 넘쳤습니다. 짧은 시간의 선택이었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노라며 모두들 감탄했고, 예약 손님 때문에 많이 늦어지긴 했지만 과연 어떤 맛일까 하는 기대감이 모두에게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a 장칼국수...고추장으로 만든 얼큰한 국물과 갖은 양념이 첨가된 칼국수입니다.

장칼국수...고추장으로 만든 얼큰한 국물과 갖은 양념이 첨가된 칼국수입니다. ⓒ 문일식


장칼국수. 일명 고추장 칼국수라고 하면 맞을 듯 합니다. 고추장으로 얼큰한 국물을 내고, 손으로 직접 만든 칼국수를 넣은 뒤 김과 여러 가지 양념을 얹어서 나오는데 전형적인 시골칼국수 그대로였습니다. 칼국수 말고도 감자전을 시켰는데 담아내온 접시보다 훨씬 커서 접시를 잡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주인아주머니께서는 배고플 것 같아서 더 크게 만드셨다 했습니다. 넉넉한 인심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또 한 차례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일찍 민박을 잡기가 아쉬워 후곡약수를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대암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후곡약수는 철분과 불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탄산가스가 풍부하여 위장병에 특효가 있고, 피부병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 많은 비로 넘쳐난 후곡약수...

많은 비로 넘쳐난 후곡약수... ⓒ 문일식


후곡약수터는 새벽과 오전 중에 내린 많은 비로 인해 침수가 된 후였습니다. 아쉽게도 약수 한 사발 못 얻어 마시고 나와야 했습니다. 엄청난 소리와 속도를 내며 한없이 흐르는 계곡물이 어딘가에서 크게 모이고 더 크게 모여 강으로 흘러갈 겁니다. 이 많은 물들이 결국 큰 사고나 치지 않을 런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a 후곡약수에서 나오던 중 비가 그친 후의 풍경...

후곡약수에서 나오던 중 비가 그친 후의 풍경... ⓒ 문일식


또다시 비가 멎었습니다. 비가 멎을 때마다 양구를 겹겹이 감싸고 산은 하나의 화폭이 됩니다. 수려하게 늘어선 산들과 그 산들을 감싸며 느릿하게 움직이는 구름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태풍의 눈만큼이나 고요하고 느긋한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후곡약수를 끝으로 하루 일정을 접기로 했습니다. 하루 종일 지겹게 내린 빗줄기를 원망하기를 수십 차례 했지만 강원도가 물에 잠긴 청천 벽력같은 소식은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많은 비가 내린 줄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돌아다닌 양구땅이 400mm 가까이 내린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더구나 일행이 내일 찾아갈 인제 땅은 물난리 소식으로 뉴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 오늘은 하루 종일 위험한 모험을 한 셈이었습니다. 모두들 안전하게 자리 잡은 것을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여행정보
★ 두타연 가는 방법 : 
① 양구군청에 접수
4명이상이어야 하며, 각 인별로 성명,주민번호,주소 기재 후 양구군청 문화관광과로 fax접수 후 확인
② 답사 당일 양구읍내 명품관 앞 9시까지 집결
③ 명품관에서 서약서 작성 후 인솔자를 따라 개별 이동(입장료 인당 2,000원)
④ 두타연 입구에서 일련의 절차 후 두타연 이동(개별 차량으로 이동)

★ 양구 선사박물관 홈페이지(http://210.178.146.5/cyber/sunsa/sa_main.html) 
★ 박수근미술관 홈페이지(http://www.parksookeun.or.kr/) 
★ 장칼국수(033-482-0051)...양구 시내에 위치

※ 유포터뉴스에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 여행정보
★ 두타연 가는 방법 : 
① 양구군청에 접수
4명이상이어야 하며, 각 인별로 성명,주민번호,주소 기재 후 양구군청 문화관광과로 fax접수 후 확인
② 답사 당일 양구읍내 명품관 앞 9시까지 집결
③ 명품관에서 서약서 작성 후 인솔자를 따라 개별 이동(입장료 인당 2,000원)
④ 두타연 입구에서 일련의 절차 후 두타연 이동(개별 차량으로 이동)

★ 양구 선사박물관 홈페이지(http://210.178.146.5/cyber/sunsa/sa_main.html) 
★ 박수근미술관 홈페이지(http://www.parksookeun.or.kr/) 
★ 장칼국수(033-482-0051)...양구 시내에 위치

※ 유포터뉴스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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