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돌담길 흙냄새 맡아볼까?

돌담길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한개마을'

등록 2006.07.29 14:18수정 2006.08.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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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멋스런 돌담길이 이어진 한개마을

멋스런 돌담길이 이어진 한개마을 ⓒ 손현희

며칠 앞서 나흘 동안 짧은(?) 휴가를 받았다. 일터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우리 둘레에 있는 볼거리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 '전통문화마을'이 여러 곳이 있다. 성주 한개마을, 군위 한밤마을, 대구 옻곶마을, 이 세 곳은 마을마다 옛 돌담길로 알려진 곳이다. 그 가운데 한개마을과 한밤마을을 이틀에 걸쳐 다녀왔다. 먼저 한개마을을 소개하려고 한다.


a 한개마을에는 집마다 흙돌담에 둘러싸여 있다.

한개마을에는 집마다 흙돌담에 둘러싸여 있다. ⓒ 손현희

돌담길과 함께 예부터 살던 전통집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흙냄새, 시골냄새가 물씬 난다. 이런 풍경을 무척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나들이하기 앞날부터 마음이 설레고 소풍가는 아이처럼 기뻤다.

경북 칠곡군 왜관 남부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갈아타고 성주에 닿았다. 성주정류장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더구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보다 꽤 많았다. 요즘 시골에 젊은이들은 거의 없고 어르신들이 마을을 지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가 본 정류장 풍경이 꼭 그랬다.

표 파는 곳에서 한개마을 가는 버스 시간을 물으니, 금방 떠났다고 하면서 다음 차를 타려면 오후 세 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난번 선산 도리사에 갔을 때도 하루에 두 번밖에 차가 다니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곳도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지간하면 저마다 차가 다 있고, 그다지 이름난 곳도 아니니….

이번에도 택시를 타야 했다. 차비가 7~8천 원쯤 한다더니, 성주 버스정류장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았다.

a 한개마을 들머리

한개마을 들머리 ⓒ 손현희

선비정신을 품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사는 한개마을

마을 들머리에 다다르니 커다란 돌에 '한개'라고 써 놓았다. 마을을 둘러보니, 마을 뒤쪽으로 영취산 줄기에 둘러싸여 있는데 조그맣고 아늑하게 보였다. 그 옛날 조선 세종 때, 진주 목사였던 '이우'가 터 잡고 살면서 지금까지 이어왔다.

a 마을 할머니가 쌀을 씻고 있는 모습

마을 할머니가 쌀을 씻고 있는 모습 ⓒ 손현희

마을로 올라가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첫 집에서 머리가 흰 할머니가 수돗가에서 쌀을 씻고 있고 그 옆 도랑 건너편에는 또 다른 할머니가 땅콩밭을 매고 계셨다. 인사를 하자 더운 날씨에 여기까지 구경 왔느냐고 반겨주었다.

a 돈재 이석문 공을 기리는 신도비

돈재 이석문 공을 기리는 신도비 ⓒ 손현희

드디어 옛 집이 눈에 들어올 즈음,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둘 때 뒤주 위에 돌을 얹으라는 어명을 어기고 고향에 돌아와서 살았던 '돈재 이석문'을 기리는 비석을 보면서 이 마을 사람들이 품은 '선비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a 한개마을 옛 집- 북비고택, 한주종택, 교리댁,하회댁

한개마을 옛 집- 북비고택, 한주종택, 교리댁,하회댁 ⓒ 손현희

집마다 안내판이 있고 그걸 읽으면서 이 마을이 전통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다. 골목마다 돌과 흙을 섞어 만든 흙돌담길이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져 있다.

a

ⓒ 손현희

처음 마을에 들어설 때 그다지 커보이지 않더니 볼수록 꽤 넓고 큰 곳인 걸 알았다. 대문마다 빗장을 채우지 않아 낯선 나그네가 불쑥 들어가 구경해도 누구 하나 나무라지 않는다. 다만, 대문마다 붙어있는 '개조심'이라는 글이 퍽 재미있었다. 컹컹 큰 소리로 짓는 개들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나그네에게 꽤 익숙했는지 이내 짖는 소리를 멈춘다.


a 한개마을에서 만난 어르신들

한개마을에서 만난 어르신들 ⓒ 손현희

한개마을을 지키는 큰 나무

마을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머문 시간이 두어 시간쯤 되었을까?

한 바퀴를 다 돌아 나온 길 끝에 큰 나무가 있다. 몇백 살이 되었을 법한 나무가 반으로 쪼개졌는데, 그래도 거기에서 줄기를 뻗고 잎을 내어 드러누운 채로 살아있다.

a 열여덟에 시집와서 일흔이 넘도록 사셨다는 할머니

열여덟에 시집와서 일흔이 넘도록 사셨다는 할머니 ⓒ 손현희

마침 계모임에 다녀온다는 마을 어르신을 만나 이 나무 이야기도 들었다.

열여덟 살에 시집와서 지금 일흔이 훨씬 넘도록 사셨다는 할머니는, 옛날에 사람들이 이 나무를 잘라서 땔감으로 썼다고 한다. 그러다가 언젠가 그만 그 큰 나무둥치가 반으로 쪼개졌는데 그 뒤로는 두 번 다시 나무에 손을 대는 일이 없다고 한다.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큰 나무가 틀림없이 한개마을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더운 여름날, 골짜기에 시원한 물을 찾아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둘레에 이런 곳이 있다면 식구들과 함께 한번쯤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a 한개마을을 지키는 큰 나무

한개마을을 지키는 큰 나무 ⓒ 손현희

덧붙이는 글 | 한빛이 꾸리는 하늘 그리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한빛이 꾸리는 하늘 그리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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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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