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천국 대한민국이 싫다"

성남 모란시장 앞 '개고기 반대' 집회... 상인들 "왜 하필 복날이냐" 울상

등록 2006.07.30 20:02수정 2006.08.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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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인 30일 오후 성남 모란시장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50여명이 '개고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중복인 30일 오후 성남 모란시장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50여명이 '개고기 반대' 집회를 열었다.오마이뉴스 박정호

"개고기는 물러가라! 개고기에 반대한다!"

중복 오후, 건강원이 길게 늘어서 있는 성남 모란시장 앞에서 개고기 반대 집회가 열렸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동물자유연대,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국내 동물보호단체 회원 50여명은 '개고기는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개고기 천국 대한민국이 싫다'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대해 "반려동물인 개를 잡아먹는 악습을 근절하자는 의미에서 개 식용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란시장에 나오게 됐다"고 집회 취지를 밝히고, "정부는 개고기 금지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개고기를 먹지 말자는 것은 외부의 압력 때문도 아니고 외국 문화 추종자들의 요구가 아니라 변화하는 국민들의 요구사항"이라고 전제한 뒤, "모란시장이 쾌적하고 아름다운 민속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 고양이 도살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보호단체 회원 8명이 트럭 위에 놓인 철창에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철창에 웅크리고 있던 서지윤(회사원.31)씨는 "개고기 추방을 위해 나왔다"며 "사람들이 집에 있는 개를 음식으로 보는 게 너무 싫었다"고 말했다. '좁은 철창에 갇혀 있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예전에 큰 개 6마리를 이런 철창에 집어 넣는 것도 봤다, 이 정도는 양반"이라고 답했다.


굳은 상인들 "왜 하필 복날에 와서 난리냐"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철창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철창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박정호
시장 상인들은 집회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가게 바로 옆 벌어지는 집회가 못마땅해 보였다. 일부 상인들은 취재 나온 기자들의 카메라가 시장쪽으로 향하기만 해도 "찍지 말라"며 화를 냈다.


30년 동안 이곳에서 건강원을 운영했다는 남자는 "개 팔아서 애들 4명을 키웠다, (이거 팔지 말고) 굶어 죽으라는 얘기냐"며 하소연했다. 그는 "개가 살생이면 닭, 소도 살생"이라며 "개만 왜 먹지 말라고 하냐"고 반문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가던 30대 남자는 "날도 많은데 하필이면 복날에 와서 난리냐"면서 "매상 떨어진다"고 울상을 지었다.

40대 남자 상인은 "건강원에 오는 개 중에 버려진 개가 많다"며 "키우다가 필요 없으면 버리는 한국 사람들의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옆에 있던 여자 상인은 "아무리 난리쳐도 먹을 사람은 다 먹는다"면서 "웰빙식, 웰빙식 하는데 보신탕이 웰빙식이 아니냐"고 말했다.

집회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중복을 맞아 닭을 사러 시장에 왔다는 50대 주부 한 아무개씨는 "개를 왜 먹냐, 좀 그만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은나(주부·37)씨는 "양쪽 마음이 다 이해된다"며 "식용과 애완용을 구분하면 좋겠다"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보호단체 회원들은 집회를 마치고 시장 안으로 행진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집회 신고가 안 돼 있는 데다가 시장 상인들의 거부 반응 때문에 시장 건너편에서 행진을 했다.

이들은 지난 20일 초복에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뒷편에서 개고기 반대 집회를 열었고, 다음달 9일 말복에도 서울 명동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성남 모란시장 상인들이 '개고기 반대' 집회를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성남 모란시장 상인들이 '개고기 반대' 집회를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오마이뉴스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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