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된장국을 좋아하는 남편이 배추시래기를 직접 삶아서 썰고 냉동실에 보관하기 위해 봉지에 담았다.한나영
이밖에 갈비탕, 우족탕, 도가니탕 등도 남편이 최근에 시도해본 요리다. 남편이 요리사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전문적인 요리를 하느냐고? 아내인 나로부터 배운 솜씨냐고? 오, 천만의 말씀!
나는 요리를 즐겨하지 않는 주부다. 더욱 솔직히 말하자면 요리를 못하는 주부다. 어떤 이들은 이런 주부를 '불량주부'라고 하기도 하던데 주부의 역할이 요리가 다는 아니지 않는가.
그런 까닭에 별로 기죽지 않고 잘 살고 있다. 물론 요리를 잘하면 좋겠지만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집에서 못질을 잘 하고 고장난 가전제품을 잘 고치는 건 아닌 거나 마찬가지다. 설사 그런 걸 못 해도 남편 구실을 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니까.
내가 요리를 즐겨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굳이 핑계를 대자면….
나는 기본적으로 먹는 것에 대해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요리를 직접 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요리를 잘 못하게 된 것이고…. 결국 악순환이다.(사실 공부를 못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공부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없기 때문 아니던가)
하여간 나는 매끼 식사를 캡슐 하나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세상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미래인'이다. 그런가 하면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이곳저곳을 배회하거나 스스로 '식도락가' 혹은 '미식가'라고 칭하며 먹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원시인'이기도 하다.
물론 '먹는 게 남는 거'라거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며 먹는 걸 무슨 의식 치르듯 진지하게 치르는 사람에 대해서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나와 생각이 다를 뿐이니까. 틀린 게 아니고.
어쨌거나 요리에 관한 한 나는 별로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가족들에게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은 다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식구들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사 먹이거나, 돈 주고 산 김치나 다른 반찬을 식탁 위에 올려놓은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하여간 부실한 아내와 사는 남편이 요리를 잘 한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