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현장최삼경
해마다 8월이면, 강원도 대관령의 산자락은 상서로운 기운으로 약동해왔다. 기왕에 푸른 생명을 분망하게 생동시키는 한 여름의 향연이 그렇거니와 세종솔로이스츠와 강원도에서 주최하는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있어서 더욱 그러하였다.
하지만 세 번째 음악제를 맞는 2006년의 풍광은 예전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한 여름의 강우량으로는 유례가 없었다는 폭우로 평창 대관령 일대와 인제 등 일원이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변하였다. 강원도의 지리적 특성상 태풍과 수해, 산불 등의 자연재해는 끊이지 않았으나 직접 현장을 가서보면 정말 신(神)은 있는가? 하는 반문을 그칠 수 없었다.
길은 엉킨 실타래처럼 제멋대로이다. 한 여름의 폭우로 불어난 흙탕물 몸피가 이끄는 대로 자신의 길을 갈 뿐이었다. 거기에는 도로도, 집도, 다리도 거칠게 없었다. 이렇게 물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낸 길을 쉽사리 허물어 버린다. 그동안 인간들이 쌓은 길들은 그러니까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바뀌어 나갈 길이었던 셈이다.
이런 자연 재해 앞에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사람들은 망연자실, 커다란 고통과 어려움에 빠졌다. 무연히 앉아 생활하던 주민들에게 밀어닥친 청천벽력의 재해 상황! 그렇지만 더 이상 절망과 허탈이 계속될 수는 없는 일이리라. 가까운 이웃의 손길이 내밀어 졌고, 전국에서 도움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기쁨에서 보다 슬픔 앞에서 더 많은 위로와 결집을 이루어 왔다.
이러한 아픔과 복구의 마음들이 전달되었던 것인가. 아무리 작은 감흥도 놓치지 않는 예민한 공명통 자체인 음악인들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인 강효(줄리어드 음대) 교수는 “이번 집중호우의 최대 피해자인 강원도민의 아픔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음악을 통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