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이 시가 내게로 왔다"

[인터뷰] 네번째 시집 <아버지의 집> 출간한 시인 오인태

등록 2006.08.01 15:42수정 2006.08.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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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인태 시인

오인태 시인 ⓒ 권영란

"내 안에서 무수히 충돌하고 극한으로 치닫던 것들을 조금씩 끌어안고 말을 걸기 시작했지요."

그는 마흔 넘어가며 비로소 자신이 순해졌다고 한다. 덩치 크고 목소리 우렁우렁한 사내가 쏟아내는 고백은 '태풍 지난 들판의 적요' 같았다. 네 번째 시집 <아버지의 집> 지난 달 1일자로 세상에 내놓고 시집에, 자신의 삶에 조금은 너그러워진 시인 오인태(44).


많은 시인과 예술가들이, 또 심리학자들이 집을 이야기했고 또 이야기하고 있다. 젊은(?) 시인 오인태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더욱이 아버지의 집은? 솔직히 요즘처럼 감각적인 세대에게 그의 시집 제목 '아버지의 집'은 너무 고전적이다. 어떤 식으로든 튀어야 한다는 요즘 세대 식으로 말하자면 솔직히 '튀지 않는다'. 이걸 모를 시인이 아니다.

그는 '아버지의 집'을 기꺼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시인이 말하듯 그는 "별수 없이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집에서 그는 "교대를 졸업하고도 선생이 되지 못한 채 빌붙어 아버지의 청자 담배나 몰래 축내던 때"에도 결코 우리집이라 부르지 않았다.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부정. 결국 그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부정이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낳던 마흔 즈음" 시인은 비로소 삶을 전회한다. 날카로운 것들은 둥글어지고 들끓던 것들은 가라앉혀지고 닫혀진 것들은 열리고 세상과 천천히 말걸기를 시작한 것이다. 시인의 말마따나 '참 순해진' 것이었다.

문학평론가 고명철(광운대) 교수는 오인태 시인의 이번 시집을 두고 "그동안 소외시켰던 자신의 존재와 대면함으로써 자신의 삶과 내통하려는 시적 진정성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마침내 삶과 내통하게 된 시인은 우주로 내통하는 길에 닿는다. 그는 '착한 길'에서 높은 곳에 사는 것들이 낮은 곳에 사는 것들의 숨통을 틔어준다고 이야기한다.


"물 위에 나있는 저 착한 길들"을 보며 시인은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여리고 작고 낮은 생명들이 상생이라는 생존의 길을 지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시인은 천천히 인간과 자연과 우주의 길에 들어서고 있었다.

오인태. 1991년 녹두꽃 3집으로 등단 후 첫 시집 <그곳인들 바람이 불지 않겠나>에서 그는 부정한 시대와 역사 앞에서 양심과 정의를 이야기했다. 진주라는 변방에서 그는 이른 바 중앙이라 불리우는 서울 문단에서 '전투적인(?) 시인'으로서 주목받는 젊은 시인이었다.


이제 15여 년이 지나 시인의 시에서는 꽃 풀 나무 바람 햇살의 냄새가 배어난다. 시인은 네 번째 시집을 내면서 비로소 시를 쓰는 게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땐 장학금 때문에 시를 썼고 발령이 나지 않고 실업자일 땐 그나마 '땟거리'가 되기 때문에 썼다. 경제적 위기, 좋은 시에 대한 욕심, 시대에 대한 양심 등 짊어진 것이 너무 많아 매순간 긴장하지 않고는 시를 쓸 수 없었다. 또한 그게 내가 시를 쓰는 이유였다."

하지만 시인은 그 모든 현실적 이유 이전에 "거부할 수 없이 시가 내게 왔다"고 고백한다. 시인으로서의 운명이다.

오인태 시인은 진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진주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그는 경남민족작가회의 회장으로 오는 8월 19일에 있을 제15회 전국문학인경남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진주신문'(www.jinjunews.com) 817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진주신문'(www.jinjunews.com) 817호에도 실렸습니다.

아빠와 아버지의 우리집술 1

토요타 유우 지음,
학산문화사(만화),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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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기자, 작가. - 변방의 마을과 사람, 공간 등 지역을 기록하며, 지역자치와 문화주권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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