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로 나온 임영호 할아버지가 마을 역사에 대해 적어놓은 메모지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서정일
순천시 덕연동에 사는 황준하, 박경애, 남하영은 부영초등학교 4학년 같은 반 친구들입니다. 세 명은 모여 방학동안에 뭘 할까 고민하다 선생님이 마을 주민자치센터에서 그림지도 그리기 프로그램이 있다고 얘기해줘 참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덕연동 주민자치센터(위원장 이원근)는 매년 방학 중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하나씩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마을 어르신을 모시고 방학 중인 아이들에게 마을 역사를 설명해 주고 지도를 직접 그리게 하면 고향을 알고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을 그림지도 그리기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되었답니다.
덕연동에서 평생 살아 온 임영호(75) 할아버지는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우리 덕연동의 아름다운 역사를 알려주는 기회가 주어져 참가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실내에서 마을의 개략적인 역사를 듣고 난 후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을 돌아보러 나갑니다. 세 명의 친구들은 그다지 크지 않은 당산나무 아래에 모여 얘기를 듣습니다.
“이곳엔 세 그루의 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날 한 나무가 고사를 했고, 이상스럽게도 그 나무에서 새로운 싹이 나서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나무가 다시 자라났다 해서 생목동이라 합니다.” 아이들은 설명을 열심히 받아 적으면서 ‘아하, 그래서 이곳이 생목동이구나’하고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등산로 아래에서 계곡의 유래에 대해서도 듣고, 수박등 나무 그늘 아래서 둥그렇게 모여 앉아 할아버지에게 수박등이 왜 수박등인가에 대해서도 얘기를 듣습니다. "재미있었고 유익했고 빨리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하던 아이들, 들뜬 마음에 발음이 꼬여 수박씨를 시박씨라 말합니다.
다시 실내로 돌아온 아이들은 집에서 준비해 온 물감과 붓으로 마을 지도를 그립니다. 열심히도 그립니다. 그림을 지도해주기 위해서 일부러 온 이 마을 작가인 나안수님이 수고를 해줍니다. 보람 있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 세 명의 학생들에게 2006년 8월 2일부터 이틀 동안 있었던 마을그림지도 그리기는 소중한 경험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자원봉사로 지역 어른들이 마을의 역사를 알려주고 커가는 아이들은 고향마을을 알게 되는, 그들 스스로 엮어가는 마을이야기. 자그마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큰 것으로 이어지는 '주민자치'라는 단어가 임영호 할아버지와 세 명의 학생들에게는 가족간의 이야기처럼 따스하기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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