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종호
추미애(사진)가 돌아온다.
탄핵 역풍으로 민주당의 몰락은 물론, 자신의 지역구에서마저 외면당하고 도미한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이 8월말께 한국으로 돌아온다. 미국행 비행기를 탄 게 2004년 8월 5일이니, 2년을 꽉 채웠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방문교수로 2년 비자가 만료되는 시점이다.
그의 귀국시기는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정가에 나돌았다. 그러다가 7월에서 8월말로 늦춰졌다. 추 전 의원측에선 "함께 있는 두 딸 아이(막내아들은 남편과 함께 국내 체류)의 학교 문제도 있고, 미국 살림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추 전 의원이 귀국시기를 조절하는 것에 대해 "그만큼 고민이 깊은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범여권의 대통합'이라는 전제로 정계개편설이 나돌고 있는데다가, 또 최근 탄핵 세력인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살아 돌아옴으로써 '추미애의 복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성, 수도권, 영남, 이미지…
지금의 정치상황에서 추 전 의원의 입지만큼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정치인도 없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고건 전 총리 등을 범여권으로 묶었을 때 이 모두와 추 전 의원은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는 것은 '기회'이자 '고립'이다. 4·15 총선 선대본부장을 끝으로 민주당과는 '당원' 관계만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여당의 두 번의 입각 제의에는 "선의와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다"며 예의를 갖춰 거절했다.
추 전 의원은 지난 2년간 철저하게 '정치적 유배'를 자처해 왔다. 오해를 살 만한 정치인과는 만나지도 않았다. 청와대와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입각 제의 메신저로 김한길 의원을 만난 정도다. 추 전 의원과 가깝다고 알려진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이 미국에 갔을 때도 전화통화만 했다. 몇몇 민주당 인사들과도 안부전화 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당에선 섭섭해한다.
지난해 8월 잠시 귀국했을 때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인사를 전하고, 정대철씨(현재 열린우리당 상임고문)를 만나 덕담을 듣는 정도였다.
대신 공부를 했다. 통일, 외교, 안보 공부를 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제시했었다. 정부가 북에 제시한 '중대제안'(대북전력송출)에 맞서 '화력발전소 건설안'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그와 통화한 한 지인은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더라, '이제 영어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더라"라며 안부를 전했다.
이 같은 독특한 처지로 인해 "범여권의 통합 메신저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김헌태) 연구실장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오가며 '합리적 파트너'로서 추미애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추 전 의원에게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 요인은 또 있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에 여성 파워가 높아진 시점이라는 것. 한 실장은 "강금실(전 서울시장 후보), 한명숙(현 국무총리)과 함께 박근혜(전 한나라당 대표)를 압도할 수 있는 세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추 전 의원이 '영남(대구)' 출신에 '수도권' 지역구 의원이었다는 점은 호남 출신의 차기 주자들에겐 부족한 절반을 채워줄 파트너로서 호조건이다. 여당 내에서 적극적으로 추 전 의원을 당겨온 정동영 전 의장이 그런 시선을 가장 많이 받았다.
열린 길과 열어야 할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