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 이하 언론노조)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4일, 방송위원회가 지난 3일 선임한 KBS와 방문진의 이사선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언론노조는 '3기 방송위, 방송의 정치적 독립, 공공성 내팽개치다!'라는 성명서에서 "KBS, 방문진 이사 선임에 정파, 족벌언론 이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이제 방송노동자들의 정치적 독립, 공공성 사수를 위한 90년대식 투쟁만 남았다"고 선언하였다.
언론노조는 성명서에서 "2006년 8월 3일은 갓 출범한 3기 방송위원회가 스스로 사실상 사망을 선고한 날이다. '방송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방송법 1조도 죽었다. 방송의 헌법인 방송법 1조가 죽었으니 나머지 방송법 조항과 내용들은 따라 죽었다"고 주장하였다.
언론노조는 첫 번째로, 방송위원회의 뻔뻔함을 들며 "한나라당이 추천한 전육은 중앙일보 그룹 방송사로 히스토리(History) 채널, Q채널, 골프 채널(PP)을 갖고 있는 (주)중앙방송의 사장과 고문을 지낸 인사"라며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불법대선 자금 혹은 뇌물 제공 등이 담긴 X-파일 녹음테이프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97년 당시 중앙일보 편집국장으로 있으면서 홍석현 사장으로부터 당선 가능성이 있던 김대중 후보 쪽에도 보도를 통해 유화 제스처를 취하라는 지시를 받은 인물"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런 인사가 방송위원회에서 방송에 관한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할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97년 대선 당시 전씨가 중앙일보 편집국장으로 있을 때 정치부장으로 있던 이수근씨(나중에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지냄)가 이번에 KBS 이사에 선임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였다.
두 번째로 "공모를 통해 접수된 80명이 넘는 KBS 이사 후보들을 방송법 내용과 정신에 입각하여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심사한 것이 아니라 요식행위나 다름없는 논의를 거쳐 인기투표를 통해 단 몇 시간만에 결정한 것"이라며 "최소한의 요건을 놓고 하자가 있는 인물들은 걸러냈어야 한다"며 방송위원회를 비판하였다.
세 번째로, "정부·여당이 추천한 방송위원들과 한나라당이 추천한 방송위원들 사이에 일정한 묵계 내지 야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더불어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이른바 '땡전' 뉴스 당시 활약했던 김기도씨 등이 방문진 이사에 포함된 것이나, 조선일보 독자란 이름으로 신문법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출한 방석호 홍익대 교수가 KBS 이사에 선임된 것 등도 야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네 번째로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철저한 무시와 묵살"이라며. "KBS 이사 11명과 방문진 이사 9명 중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방송위원회가 "스스로 정쟁의 장이 된 것도 모자라 두 개의 대표적 공영방송마저 2007년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이전투구의 장(場)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셈"이라며 "방송위원회는 말할 것도 없고 방송법 자체가 사실상 무형지물이 되었다고 선언"하였다.
언론노조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키려는 의지와 능력이 없는 방송위원회는 하루 빨리 해체되는 것이 낫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더 이상 방송위원회의 규제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방송위원회 스스로가 지키지 않는 방송법을 지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남은 것은 방송 노동자들의 몫"이라며 "KBS, MBC를 비롯한 방송 노동자들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사수하기 위해 90년대식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힌 언론노조는 "방송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과 시청자의 이익을 지켜 낼 수 있는 세력은 방송위원회도, 정부도, 방통융합추진위도 아닌 우리 방송노동자들 자신인 것"이라며 "자본의 앞잡이가 된 정권 및 정파들과의 전면전을 준비할 것"을 선언하였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도 4일 발표한 '정치적 독립, 방송위원회는 포기했는가?'라는 성명서에서 "공영방송 이사회 명단이 발표된 직후 내외의 시각은 실망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다"며 "공모기간 중에도 정치권의 나눠먹기, 사장선임을 위한 포석 등의 '내정설'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떠다니더니 83명과 49명의 공모자에 대한 검증작업을 하루만에 끝내고 인선배경과 이유가 빠진 명단만을 서둘러 발표하는 과정이 '공모제'라는 민주적 명분만을 빌린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았다"고 비판하였다.
언개연은 "공영방송 이사회는 공공성과 정치적 독립성, 전문성과 지역 대표성 등이 총체적으로 고려된 신중한 인선이어야 한다"며 "이번 인선에 대한 평가는 공영방송 내부에서조차 정치적으로 목적이 뚜렷한 자기사람 심기식이라는 것과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지배적"이라고 밝히고, 제3기 방송위원회는 "국민을 위한 방송위원회로 거듭나겠는가, 아니면 '정치적 독립'을 아예 포기하겠는가!"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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