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동안 저금했던 생수저금통.정명희
"아니, 이게 다 뭐야?"
"들어나 봤나. 생수저금통이라고."
친구는 생수통이 저금통인 것에 1차로 놀라고 그 속에 든 만만찮은 지폐에 2차로 놀랐다.
"재미있제?"
"야, 재미는. 당장 은행 갔다 넣어라. 누가 들고 가기 딱 좋겠다. 지폐 위주로 모았으니 무겁지도 않고 말야."
"우리 집에 무슨 도둑이 들겠다고?"
"아무리 없어도 도둑이 가져갈 것은 있어. 그리고 이걸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없는 도심이 저절로 생기겠다. 빨리 꺼내서 은행에 맡기고 새로 시작해."
설마, 그럴 리야 없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충고를 들은 이상 이전처럼 태연하게 생수저금통을 바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래의 계획인 가득 채울 때까지 넣는 것을 포기하고 친구를 보낸 그 저녁 당장 꺼냈다.
도대체 얼마일까 궁금해 하며 네 식구가 시끌벅적하게 지폐와 동전을 분류하였는데 허걱! 124만 몇 천원이었다. 지폐가 110만원이고 동전이 14만원 조금 넘었다. 생수저금통에 관한 기사를 쓴 것이 지난해 3월 15일이었으니 얼추 1년 반 조금 못되는 기간의 저금액이 되는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