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지는 11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배포된 시험지를 살펴보고 있다(자료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2002년 도입된 대입 인·적성 검사가 또하나의 사교육 시장을 양산하고 있다. 일부 고3 수험생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과외까지 받고 있다.
인·적성 검사는 선행학습을 할 필요 없이 학생들의 직관력, 논리력, 추론력 등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에서 2002년 도입됐다. 학생부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1차 수시전형을 두고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자 대학들이 도입한 제도다.
인·적성 검사를 보는 대학교가 늘어나면서 1차 수시를 준비하는 고3 수험생들 일부는 수능 공부를 잠시 제쳐두고 인·적성공부에 매진 중이다. 게다가 이 검사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학원강습은 물론 그룹과외까지 받는 학생이 적지 않다.
"인성과 적성 높이려 한달에 30만원 과외"
수원 H고에 다니는 김상욱(18)군은 "수능으로 좋은 대학에 갈 자신은 없고 1차에서 인·적성검사를 보는 학교가 많다보니 수능 준비를 잠시 접은 상태"라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부에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의무적으로 매주 인·적성 모의시험을 치르는 학교도 있다. 수원 Y여고에 다니는 장지은(18)양은 "1차 수시에 지원했는데 많은 대학들이 인·적성 검사를 보기 때문에 토요일마다 시험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Y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아무개(18)군은 한달에 30만원씩을 들여가며 인·적성 과외를 받고 있다. 3명의 학생과 과외담당 선생님이 주말에 모여 대학별 전공적성 모의고사를 풀어본다. 대학별로 입시설명회에서 내놓은 인·적성 검사 유사문제를 풀고 풀이하는 수준이다.
김군은 "이런 반복학습을 하다보면 실제 대학교 측의 시험문제를 잘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군의 어머니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자식이 좋은 대학을 들어가게 하는데 이 정도는 각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스스로에게 반문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수도권만 해도 인·적성 검사를 주요 잣대로 학생을 뽑는 대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02년 도입 당시엔 한양대 1개 학교뿐이었지만, 올해는 10곳이다. 경희대, 카톨릭대, 광운대, 아주대, 홍익대, 한성대, 항공대, 인하대, 숭실대 등이다. 100%를 반영하는 학교(광운대)도 있다.
올해 처음 인·적성 검사를 도입한 숭실대 입학처의 한 관계자는 "학생부 50%, 인·적성 50%로 반영한다"며 "학생부만으로는 형평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8년부터는 수능에서 등급만을 발표한다, 이것은 더 이상 학생을 서열화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인·적성 검사는 모호한 등급기준 안에서 좋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학교측의 대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