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카트에 올라 대형마트를 누비는 아이주경심
[쇼핑 한바퀴째] 단돈 천원의 '수요대혁명'... 그래도 이정도면 경제적
그렇다고 내가 항상 현명한 쇼핑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다니는 대형마트는 수요일마다 '수요 대혁명'이라는 타이틀로 웬만한 생필품을 무조건 1000원에 파는 행사를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요즘은 애들도 갖다버린다는 천원으로 생필품을 골라가며 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지난번에도 굳이 필요없는 것들을 두개, 세개 샀다가 결국 다 못쓰고 버리고 말았다. 그 때 다시는 충동구매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건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이것저것을 또 골라 담고야 말았다.
그러나 계산대에 다다를 때까지는 이것이 충동구매인 줄 절대 모른다. 계산기에 찍히는 금액이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야만 정신을 차리고 충동구매에 후회를 하는 것이다.
물론 영수증만 있으면 보통 일주일에서 보름 사이에는 언제든지 교환이나 반품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상하기 쉬운 음식물이나 이미 사용한 제품은 교환이나 반품 자체가 어렵고, 한 달에 두어 번 오는 탓에 귀찮아서 반품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계산된 금액은 총 3만2000원! 집에서 미리 뽑아본 금액에서 1000원 정도가 초과된 금액이지만, 이 정도면 경제적인 쇼핑을 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계산된 금액만큼 포인트 적립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포인트라는 것이 워낙 적어서 언제쯤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배달요청] 쇼핑은 끝났어도 나를 붙잡는 에어컨 바람
물건이 가득 담긴 카트를 밀고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배달요청하는 곳이다. 모든 할인매장이 같은 건 아니겠지만 내가 다니는 대형마트는 구매금액이 3만원을 넘으면 가정으로 직접 배달까지 해주고 있다.
양 손에 가득 봉지를 들고 아이들까지 달고서 버스를 타야 하는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재래시장보다는 대형마트를 찾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물건까지 배달시켜놓고 나니 출출함이 밀려왔다. 입맛대로 취향대로 골라서 먹을 수 있는 식당가에서 아이들은 자장면, 나는 냉면을 시켜 시원함을 만끽했다.
이것으로 나의 쇼핑은 모두 끝이 났건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영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큰아이에게 꼭 한번은 보여주고 싶었던 만화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 것도 쉬이 발걸음을 돌리지 못한 이유였다.
아이를 데리고 대형마트 지하에 있는 영화관으로 갔다. 표를 끊어 큰아이만 영화를 보게 하고 나와 작은아이는 다시 대형마트 매장으로 왔다. 깜빡 잊고 사지 못한 물건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노느니 염불하는 마음으로 심심하게 2시간을 죽치고 있느니 눈이라도 즐거워지자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쇼핑 두바퀴째] 여름상품 대대적 세일... 스르륵, 지갑이 열린다
그런데 견물생심이라고, 여름상품들이 대대적인 세일판매를 하고 있었고 여름의 초입에서 몇 번이나 들었다놨던 티셔츠가 그 곳에 떡 하니 진열되어 있었다.
눈가는 곳에 손이 가고, 손가는 곳에 지갑이 열려버리니 계획에도 없는 티셔츠를 두 벌이나 사고 말았다. 하지만 그래도 제값보다 20%나 싸게 샀으니 횡재한 거 아닌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그런데 더운 날씨 때문인지, 잠시나마 누린 호강에 본분마저 망각해버린 건지. 길을 건너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에서 내려 또 다시 10여분을 걸어가야 하는 그 과정을 '택시'라는 간단하고 명쾌한 교통수단으로 대신하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드는 것이다.
'버스비에서 800원만 더 보태면 되잖아!'
100~200원 아끼자고 대형마트까지 온 계획이 깡그리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택시 안도 할인마트만큼이나 시원했다. 하지만 집 앞에 도착해서 택시비를 내려는 순간 난 용광로 같은 화끈함을 맛봐야 했다. 집을 나설 때 빳빳하게 세어넣은 지폐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소매치기를 당했나? 아니면 돈을 흘려버렸나?'
택시비는 결국 가까운 문방구에 들러 빌려서 지불해야 했다.
[귀가 후 지출내역 계산] 아아~ 산산이 흩어진 보름간의 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