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 서비스 이젠 공공서비스로

임신에서 출산까지 비용 500만원 큰 부담

등록 2006.08.14 14:42수정 2006.08.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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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올 11월 첫 아이를 출산하는 김윤정(33·경기 산본)씨는 요즘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는 중이다.

“요새 신생아 감염 문제가 불거져 불안하기도 하지만 고령의 친정어머니 수발을 당연하게 요구하고 싶지 않다”는 김 씨는 “하지만 안전성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없어 선택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산후조리원의 안전 문제가 심심치 않게 터지는 상황에서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전국 산후조리원은 약 320곳(2월 현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곳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산후 조리’를 공적 서비스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정확한 정보제공을 위한 민간 산후조리원의 인증제(가칭) 도입, 산후조리원·도우미 비용 소득공제 등으로 비용 절감, 산후도우미 무료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것.

현재 시설 정보는 입소문 내지 산후조리원에서 제공하는 홍보성 내용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용자들의 피해사례 또한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접수된 산후조리원 관련 피해사례는 총 144건으로 이중 계약해지·환불 관련 민원이 57건으로 가장 많았고, 폐렴, 장염, 패혈증 등 신생아 건강 관련 사례가 41건으로 뒤를 이었다.

개정 모자보건법에 따라 각 산후조리원은 엄격한 시설 규정과 문제시 행정조치(영업정지 및 과징금 3000만원)를 받게 되었지만, 최근 신생아 집단 장염 사태가 발생한 산후조리원도 시설이 좋기로 소문난 병원 부설 ‘산후조리원’이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출산지원팀은 “문제를 일으킨 산후조리원에 대해 행정처분이 강화되면 자율적인 관리 시스템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민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인증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관련 법은 보완되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사회연구원 황나미 박사는 “산후조리원은 민간사업의 영역이지만 일본처럼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고, 각 지역별로 신생아를 잠시 맡길 수도 있는 공적 서비스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제대혈 은행 셀트리(www.celltree.co.kr)가 산모교실에 참여한 임산부 500명을 대상으로 ‘임신에서 출산까지 소요비용’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10명 중 7명(71%)이 400만~500만 원이라고 답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서울병원 조사에 따르면 아직은 친정(42%)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택(36%) 산후조리의 경우 도우미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고, 산후조리원(15%)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산후조리원 이용시 평균 110만8000~166만2000원(2~3주)이 소요되며, 이는 전국 가구당 월 평균소득 (306만2000원)의 1/3을 넘는 수준이다. 최근 확산되는 고급형 산후조리원은 2주 기준 300만~500만 원이 든다.

이와 관련 ‘산후조리원 비용에 대한 소득공제안’을 발의한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은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출산 가정에 세제혜택이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서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후도우미 수요도 매년 10%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서울YWCA). 파견 비용은 1일 4만5000(출퇴근)~6만 원(숙식)으로 2주 동안 63만~84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

고혜승 서울YWCA 간사는 “산후·육아도우미“선진국처럼 출산 직후 도우미를 파견하는 공적서비스 시스템이 보편화되어야 한다”며 “가정에서 산후·육아도우미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이들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현재 두 자녀 이상 출산 저소득 가정(4인 가족 월소득 150만 원 이하)에 산후도우미를 무료 지원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 첫째 출산 가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500만원대 프리미엄 산후조리, 가격비례 질 높아진다?
신세대 산모들 특별한 서비스 요구

▲ 최근 개원한 호텔식 산후조리원 ‘라벨뽀즈’ 내부.
산후조리원이 점점 고급화하고 있다. 전문의 회진, 첨단 시설과 다양한 건강 서비스와 미용강좌를 갖춘 프리미엄급 산후조리원 비용은 300만~500만 원(2주)에 이르지만 예약 대기자가 밀려있어 입주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분당에 문을 연 ‘라벨뽀즈(La Belle Pause)’ 산후조리원. 500만 원(특실)의 이용 요금을 받는 이곳은 최다 11명까지 산모 수용이 가능하며, 간호사 10명, 마사지사 1명을 포함해 직원이 14명으로 산모보다 많다. 남편도 입주 가능하며 조리원 측에서 아침식사 등 출근 준비를 돕는다. 산모들은 각종 건강관리 서비스, 영화감상, 요가와 체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운영하는 시설도 인기가 높다. 서울 강남 역삼동 차병원 산후조리원은 300만 원(2주), 충무로 삼성제일병원은 301만 원(2주), 압구정동 세원산후조리원은 374만~484만 원(2주)에 달한다. 산모들은 최고의 의료진이 회진을 한다는 점을 가장 큰 이점으로 꼽고 있지만, 해당 병원에서 출산해야 예약이 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일반 산후조리원(110만8000~166만2000원)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며 프리미엄급 산후조리원을 찾는 이유는 요즘 산모들이 ‘몸조리’ 차원이 아닌 산모 자신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급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이영주(32·가명)씨는 "출산 후 시간만큼은 철저히 나를 위한 서비스를 받고 싶었다"며 "새벽시간 우는 아이까지 봐주니 좋고, 직장에 복귀하기 전에 몸매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점이 맘에 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산후조리의 전문성 제고’와는 상관없이 요금 인상만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경희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총무국장은 "산후조리 서비스는 반드시 사회적 서비스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며 "모자건강보호 차원에서 인프라를 갖추고 민간 시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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