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하늘에 쌍무지개가 떴습니다. 아직은 그래도 사람 느껴지는 일들을 겪는 날의 가슴에도 그렇듯이.김기
개인적으로 미담을 밝히지 않는 편입니다. 어쩐지 미담을 대하게 되면 뭔지 속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 영 개운치 않은 탓이죠. 어쩌면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인간성을 가졌을 지도 모릅니다. 뭐 어쨌거나 미담을 쫓아다니는 일도 없거니와 주변에서 우연히 미담이 발견돼도 애써 외면하는 편입니다.
다행히 제가 주로 다니는 문화계에는 미담이 그다지 없는 편입니다. 그들 자체가 아름다움을 목적으로 하기에 어지간하면 모두 그들의 표현과정에 흡수되어, 어쩌면 숨겨져서 보이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이긴 합니다.
아직도 내 눈은 예술가들에게 고통이나 혹은 일반을 뛰어넘는 마음씀씀이를 의무로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말이 좀 에돌고 있습니다. 새로 결성된 크로스오버 그룹의 장기 공연 마지막 날을 취재하러 간만에 헤이리를 찾았던 지난 주말의 일입니다. 헤이리는 지금도 아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외진 곳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아는 몇몇에게는 낯설면서도 고향처럼 포근함을 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 까다로움으로 조금은 거리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학로, 홍대에서나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만은 보장할 수 있는 곳이 헤이리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여기저기서 건물이 올라가고 있고 그것들이 공사포장을 걷어내고 나면 헤이리는 또 하나의 개성을 갖춘 얼굴 하나를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