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이 뭐 별건가요 내 식대로 바꾸는거죠"

내 삶을 튜닝한다

등록 2006.08.21 16:35수정 2006.08.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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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것은 생의 노래를 잠들게 한다.
머무르는 것은 생의 언어를 침묵하게 한다.
인생이란 그저 살아가는 짧은 무엇이 아닌 것
문득---스쳐 지나가는 눈길에도 기쁨이 넘쳐나니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오규원 시인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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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튜닝(tuning)'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튜닝의 대상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휴대폰, 컴퓨터, 의류, 신발, 가구 등 일상에 쓰는 거의 모든 물건을 튜닝합니다. 튜닝을 통해 '나만의 것'을 스스로 만들면서 일상의 재미를 찾고 있습니다. 특히 독창성과 섬세함을 지닌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자동차 튜닝이 남자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적잖은 여성들이 자동차 동호회에 가입해서 자신만의 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K사의 준중형 차량을 구입한 강희림(29)씨는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한 후 튜닝의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차의 다양한 옵션을 직접 만들어 추가하는 알뜰살뜰 튜닝을 하고 있습니다.

강씨는 내부 인테리어 튜닝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기본 옵션으로 구입한 차에 스스로 옵션을 만들어 장착하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강씨는 "CD 수납함, 조명반사금지 룸미러, 전동 사이드미러 등을 동호회 회원들과 힘을 합쳐 완성해 장착했다"며 크게 웃습니다. 남성들이 서스, 타이어휠, 램프 등 외형 튜닝에 치우치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옷이나 신발을 튜닝할 때는 여성들의 패션 감각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 넣고, 오래된 청바지를 청치마로 개조해 입으며, 치마로 만든 가방에 액세서리를 추가로 만들어 달아 패션을 완성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신발을 다양한 방법으로 튜닝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습니다. 흔한 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튜닝입니다.

어디 의류뿐일까요. 디지털세대의 필수품인 휴대폰, 컴퓨터, 노트북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꾸미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탁자, 의자, 선반 등 집에서 필요한 작은 가구를 직접 제작해 자신의 공간을 자신만의 향기로 채우는 여성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미술 감각을 발휘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얻는 여성들의 지혜가 눈길을 끕니다.

물론, 튜닝에도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나만의 것을 통해 튀고 싶다는 욕망을 지나치게 노출하고 과도한 튜닝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튜닝 역시 집단적 유행에 편승하는 행위"라고 평가 절하하는 대중문화 평론가의 지적도 있습니다. 그것 또한 튜닝의 일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튜닝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대량으로 쏟아지는 제품을 자신만의 것으로 다시 만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싶은 걸까요. 소비사회의 절정에서 퇴조하고 있는 장인정신에 대한 그리움일까요. 튜닝 문화 역시 지나친 소유욕으로 변질돼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투항하게 될까요.

오규원 시인의 시처럼 사람들은 '가끔은 주목 받는 생'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주목 받는 방법으로 튜닝을 택하는 건 아닐까요. 수많은 사람들, 높디높은 빌딩, 최첨단 통신수단,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각종 상품 사이에 겹질려 신음하던 도시인들은 단조로운 것과 머무르는 것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면서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고 외치고 싶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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