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차지한 아들녀석.이선희
아들은 이제 28개월이 되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내가 컴퓨터를 켜서 책을 사거나, 블로그를 보거나 할 때 흘끔거리더니, 지난 7월부터는 숫제 제가 컴퓨터를 독차지하고 앉았다.
내가 컴퓨터를 켜 놓을 때 유심히 보더니, 제가 떡 하니 컴퓨터에 앉은 다음부터는 사진도 보고, DVD player를 켜서 동영상도 감상한다. 또 새 폴더 만들기를 실행시켜 지빠귀부터 생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각종 '새 이름 폴더'가 바탕 화면에 즐비하다.
그뿐인가. 음악을 듣는 사이트에 들어가 음악도 듣고, 쥬니버에 들어가 각종 게임도 하려고 든다.
'이래선 큰일이 나지' 하는 생각이 든 나는 시작페이지를 영어 학습 사이트로 해 놓았다. 그랬더니 로마자 알파벳 대문자 소문자를 다 외워 이제 1학년인 제 누나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물론이고 글자를 짚으며 파닉스 발음까지 낸다.
처음엔 내심 뿌듯했다. '아∼ 나도 영재를 키우는구나.' 옆에서만 보고 마우스를 사용하고, 컴퓨터를 이용하고 싶은 걸 하더니, 이젠 학습까지! 그런데 아들이 컴퓨터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컴퓨터를 못할 때는 누나랑 놀고, 블록도 쌓고, 피아노 뚱땅거리느라고 정신없던 아이가 오로지 컴퓨터만 끼고 노는 아이가 된 것이다. 것도 이제 28개월 된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