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철 시민기자는 부드럽고 편안한 첫인상과는 달리, 6시그마에 대해 사기라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최육상
시민기자들의 글쓰기는 어디까지일까. 사는 이야기와 문화·정치·사회 등의 분야에서 글을 쓰는 시민기자들은 많다. 그에 비해 경제를 다루는 시민기자의 수는 적다. 아무래도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국내기업들이 '6시그마'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행태에 대해 냉정하게 지적한 시민기자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 최인철(44)씨의 공식 직함은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경영지원팀 차장'이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삼성본관에서 최인철 시민기자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기업혁신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많은 국내기업들이 앞장서 받아들인 '6시그마'에 대해 부드럽고 편안한 첫인상과는 달리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무비판적 6시그마 수용은 사기"
"6시그마는 품질관리로 비용을 절감하는 기업경영전략입니다. 그런데 국내기업들은 6시그마를 제조공정뿐만 아니라 연구개발·마케팅·서비스 등 분야를 안 가리고 적용하고 있어요. 6시그마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국내기업들의 이러한 행태는 사기입니다."
1980년대 말 미국의 모토로라에서 마이클 해리가 창시한 '6시그마'. 국내외 여러 기업들도 품질관리에 제조공정의 통계분석을 적용해 비용절감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사기'라니? 아무리 기업혁신을 담당하는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너무 심한 주장은 아닐까.
"성공사례로 미국 GE사의 금융부문을 꼽는데, 이는 성공한 지점의 고객 상대요령을 비롯해 전화기 위치까지도 통계분석을 통해 다른 지점에 적용했던 경우예요. 하지만 1년에 2~3건 하는 연구개발의 경우 통계분석은 의미가 없어요. 마케팅·서비스 등도 마찬가지인데 무조건 6시그마로 해결하려고 하니까 사기라고 하는 겁니다."
최씨는 지난 94년부터 6시그마 연구를 해왔다. 국내에 6시그마가 도입된 것이 불과 10여 년 전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른 시기다. 그는 또한 삼성경제연구소 사이트에 6시그마를 연구하는 포럼인 'ICRA 연구회(http://www.seri.org/forum/icra)'를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최씨는 2003년 4월에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올린 뒤 경제기사 등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주로 다루며 지금까지 모두 70개의 기사를 썼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런 물음에 돌아온 답변은 호쾌한 웃음이었다.
"거대언론과 기득권 세력의 목소리가 너무 커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죠. 6시그마도 옳지 않은 논리가 경제현상을 지배한다는 생각에 강하게 비판했던 것이고요. 사실 삼성 내에서 함께 일하는 주변 사람들은 제가 글을 쓰는지조차 잘 모릅니다(웃음)."
삼성 상대로 한 '천지인' 특허권 소송의 주인공
알고 보면 최씨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이다. 바로 삼성전자 휴대폰의 문자기능인 '천지인'을 개발한 주인공. 오랫동안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권 소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천지인 이야기를 꺼내자 최씨는 "적은 금액이지만 지난 2003년에 합의를 봤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소송의 핵심은 삼성에 근무하며 한 발명이 직무관련 발명이냐 아니면 자유발명이냐 하는 것이었어요. 회사는 직무와 관련됐다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전출을 시키기도 했는데, 발명은 발명자에게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게 우선이지 보상은 다음 문제예요. 하루 빨리 발명진흥법을 보완해 발명자의 권리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최씨의 말에 의하면 지난 2005년 개정된 발명진흥법은 개악이라고 한다. 법에 따라 현재 회사의 직무관련 발명은 신고의무가 있고, 그 신고를 접수한 회사는 발명 인정 여부를 발명자에게 통보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것. 최씨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만들어 놓으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높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발명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기업의 혁신도 창의력이 좌우하죠.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창의력은 곧 제품을 말하니까요. 창의력의 전제 조건은 도덕성이에요. 도덕성이 확보되지 않은 창의력은 모두 범죄입니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나 '바다이야기' 같은 것들이 그것을 증명하죠."
"받아쓰는 경제기사는 엉터리... <오마이뉴스>는 달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