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키는 것은 인간의 풍요를 지키는 일

뉴질랜드의 바닷가에서

등록 2006.08.30 11:40수정 2006.08.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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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바다가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지금까지 풍성한 생명의 요람으로 보존되어 온 것은 바다에 대한 간섭행위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정화되지 않는 생활하수가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수정화에 심혈을 기울인다. 폐유나 해양쓰레기들이 바다로 버려지지 않도록 감시감독활동이 철저하다. 중요한 것은 해양생물에 대한 보호정책. 어패류를 잡는 행위를 규제하는 법률로 개체의 수량과 크기와 채취시기까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마하비치 부근에 무한정 서식하고 있는 코클 조개는 한사람이 하루 150마리가 한정이고 어디든지 서식하는 바위굴은 50개가 제한수량이다. 체장이 27cm 미만의 참돔이나 70cm 미만의 방어는 잡을 수 없으며 마릿수도 5~9마리로 제한된다. 길이가 12cm 미만의 전복 역시 체취가 금지되고 있다. 지천으로 서식하고 있는 가리비조개도 제한수량이 12마리이며 번식 시기나 성장기에는 포획이 금지된다. 성게나 고동이나 홍합이나 대체로 수산물보호 법률로 수량제한이 엄격하므로 이를 지켜야한다.

상업적 어획량에도 엄격한 쿼터제가 있으므로 주요어종의 수가 개체수를 위협할 정도로 남획되는 일은 거의 없다. 엄청난 넓이의 영해를 가진 뉴질랜드가 엄격하게 해양자원을 보호하고 세심하게 관리하는 모습은 경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고 해양자원을 보존하려는 해양수산당국의 이런 알뜰살뜰한 노력의 결실로 뉴질랜드 바다는 생명으로 넘친다. 어느 해변을 가도 바닷물은 수정같이 맑고 깨끗하다. 바위틈마다 고동과 전복이 어우러졌고 버려진 바다 쓰레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름없다는 풍성한 뉴질랜드의 바다를 보면서 고국의 잃어버린 바다를 회상해본다. 50년 전 남해바다는 뉴질랜드의 바다보다 다양한 해양생물의 보물창고였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던 남해의 황금어장은 고급어종의 생산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바다는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적조현상과 불법남획으로 바다는 회생불능상태가 된 것이다. 폐그물과 폐유, 해양쓰레기까지 함부로 바다에 버려지므로 빈사상태의 바다는 되살아날 방법이 없다.

양수(羊水) 같은 바다요 인간생명의 태반(胎盤)인 바다가 죽어가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다. 바다를 죽이는 일은 풍성한 삶을 상실하는 일이다. 죽어버린 바다에 하릴 없이 낚싯줄을 드리운 썰렁한 태공의 모습을 보면서 50년 전 잃어버린 물고기로 가득했던 전설의 바다를 생각해본다. 혹돔과 벵에돔, 감성돔과 돌돔들이 우악스레 미끼를 채가던 그 바다는 이제 영원히 사라지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절제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가 우리 바다를 송두리째 병들고 죽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해양생태계가 태고시절 그대로 생동하는 바다처럼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없을 것이다. 드리운 낚싯줄에 걸려 올라오는 것은 커다란 참돔만이 아니다. 삶의 희열과 환희까지 맛보는 것이다. 해저에 가득한 물고기와 패류들을 보면서 잃어버린 전설을 만끽한다. 바다를 죽인 사람들은 바다를 보호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런 낭만과 행복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연의 품처럼 안온하고 편안한 품은 없을 것이다. 살아있는 바다를 지키는 일은 인간의 행복과 미래의 풍요를 지키는 일임을 알아야겠다.

덧붙이는 글 | 해양생태계가 태고시절 그대로 생동하는 바다처럼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해양생태계가 태고시절 그대로 생동하는 바다처럼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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