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적 기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름다운재단 박상증 이사장...배분기구 '빈 손' 강조

등록 2006.08.30 14:55수정 2006.08.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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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아름다운재단 박상증 이사장은 나눔 전략 세미나에서 배분기구의 '빈 손'을 강조했다. ⓒ 박지훈

"우리 사회 기부문화는 감상적, 일시적 기부가 주를 이뤘다. 이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과 영역의 빈곤을 낳았다."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박상증 목사는 30일 국내 기부문화를 이같이 꼬집으며 일회성이 아닌 기부의 일상생활화를 배분기구들이 제시하고 선도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나눔 전략 세미나'에서 박 목사는 ▲기부자와 수혜자를 구분하는 관습 경계 ▲배분기구의 빈 손 강조 ▲이 길은 택한 젊은이들(간사)의 장기적 실천 자세 등을 배분기구가 유념해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아무리 가난해도 기부 못할 사람이 없다"며 "기부자와 수혜자를 구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수혜자가 곧 기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관료화와 전문성에 대한 과장된 강조를 배분기구의 문제점으로 들었다. 그는 "베푸는 자와 수혜자 간 파트너 관계가 성립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분기구인 재단의 손이 항상 비어있어야 한다는 것도 박 목사가 강조한 점이다. "우리의 손이 우리 것을 차지하기 위해 움켜져 있는 한 가진 자의 논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빈 손바닥이 배분기구의 정신 상태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증 이사장은 NGO 단체 간사들에게 "스스로 상대적 빈곤이 길을 택한 간사들을 존경한다"며 "젊을 때 한 번 경험해보자는 단기적 모험이 아닌 장기적 실천 가능한 자세를 견지하라"고 요청했다.


교회가 교회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과거 200여년 기독교 영향을 받아 현대적 복지자선시설이 도입됐으나 현재 한국교회는 과거 시설 보전에만 주력, 사용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교회는 나눔, 정의,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박 목사는 "십자가에서 상처 입은 그리스도 모습과 고통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한국교회가 대비된다"고 토로했다. 이런 대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한 한국교회가 나눔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초대교회는 상호 간 나눔을 실천하며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호관계를 형성했다"며 현재 여러 교단으로 분열돼 반목을 일삼는 현실을 깨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분열을 초월할 때 교회는 사회 속에서 새로운 나눔의 역사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수의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 왔다'는 말을 한국교회는 가슴속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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