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포 전시장에 들어가면 이 마네킹이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이해 준다.김귀현
경제학을 전공한 친구에게 '경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열이면 열, 1학년 1학기 경제학원론 시간에 배운 경제의 정의를 협의와 광의로 나눠 틀에 박힌 원론적인 설명을 한다. 또 관광학을 전공한 친구에게도 '관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말이 조금씩은 다를 지 몰라도 '거주지를 벗어난다' '보고 느낀다'는 등 사전적인 답변을 한다.
이런 것을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대부분 교과서 중심의, 사회가 원하는 사고의 틀 안에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틀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일단 비판부터 하고 보는 것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다.
섹스 박람회장에는 자위용 여성 마네킹, SM(Sado Masochism) 정신에 기반을 둔 채찍과 수갑, 여성용 자위기구들이 즐비해 있다. 우리 사회는 상식에서 이런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다른 욕구는 다 인정해도 성욕에 대해서만은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성욕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난 섹스포를 관람하는 내내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밖에서 봤더라면 서로 얼굴 붉히고 낯뜨거울 전시물들이 있더라도, 이 곳에서만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볼 수도 있었고 만져볼 수도 있었다. 섹스포 박람회장 안에서만은 자신의 본능적 욕구를 당당히 내보여도 전혀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
박람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보고 나온 사람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거 다 동네 성인용품 가게에 다 있는 것들이야" 하는 불만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난 그분들께 되묻고 싶었다.
"그 곳에 당당하게 들어가 보신 적이 있나요? 당당히 물건을 구입하신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