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넘게 농성하고 있는 용산마을 주민들.배만호
밭과 논에서 일을 해야 할 농민들이 124일째(9월 1일 현재)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누가 농민들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경남 고성군 거류면 용산마을 세송농공단지에 들어설 예정인 도장공장 때문이다. 이곳은 200여 가구에 500여 주민이 벼와 채소 농사 등을 지으며 살고 있다. 바닷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상대대로 농사만을 지으며 살았는데, 20여 년 전에 율대농공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악취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 이제는 도장공장이 들어서려고 한다. 도장공장에서는 탈사(脫沙)시설(모래를 제거하는 시설)과 탈청(脫菁)시설(녹을 제거하는 시설)을 갖춘 도장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엄청난 소음과 먼지 그리고 페인트 냄새 등을 참고 살아야 하는 주민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500여 주민들은 지난 5월 1일부터 세송농공단지 인근에서 컨테이너와 천막을 설치하여 하루에 열 명씩 길목을 지키며 도장공장 건립 반대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어떠한 보상 및 어떤 협상도 필요치 않고 오로지 공장입주를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호용 대책위원장은 “용산마을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형 도장공장이 들어서면 공장에서 페인트 및 유기용제로 인하여 마을 전체가 환경오염의 영향권에 들어간다”면서 도장공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도장공장 건설업체인 (주)세송은 주민들이 도장공장 건립을 반대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이호용 대책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성경찰서에 고발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다.
(주)세송은 3만 6121.4㎡의 부지에 도장공장 및 사무실, 기숙사 등 4개동 전체 1만 4975.38㎡의 건축을 신축하여 지난 6월에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용산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도장공장 설립이 늦어지는 바람에 30여 억 원이 넘는 재산상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세송 관계자는 “공장을 지으려고 할 때에 7개 마을 이장과 군수의 입회 하에 회사 대표와 협의 각서를 체결하였다. 그런데, 용산마을 이장이 바뀌면서 강력하게 반대를 하여 공장 설립이 늦어져 모기업인 대우조선에 부품을 납품하지 못해 전체적으로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주민이 원하면 오염물질 배출 등에 대하여 감시를 할 수 있는 권한과 외부 도장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또한 회사 내 구내식당에서 사용하는 농산물을 모두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용하기로 하였음에도 물리력을 동원한 주민의 반대에 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대안을 제시하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대화의 창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하였다.
이에 대해 지난 2일 고성군청 관계자는 군청이 업체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도에서 지정한 농공단지여서 군에서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며 “군에서는 단지 공장 설립 허가만을 하였고, 동네 주민들이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하고 있다. 허가가 났기 때문에 공사를 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인하여 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