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69회

새로운 만남

등록 2006.09.05 16:40수정 2006.09.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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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의 눈앞에는 수많은 사이도(인간)들이 몰려와 있었다. 그들은 마치 무엇에 홀린 듯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음악은 마지막 소리를 울리며 조용히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아누는 속으로 음악을 크게 울린 것을 후회했다. 조심스럽지 않았던 건 아누가 가이다에 온 이후로 위험한 생물들을 만나지 않아 방심했던 탓도 있었다.

-이봐, 왜 그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짐리림이 잔뜩 움츠려든 목소리로 물었다. 아누는 몰려든 사이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여기 사이도들이 잔뜩 몰려와 있어.
-뭐?

짐리림은 잔뜩 겁을 집어 먹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누가 조심스럽지 못한 행동을 해 그들을 몰려들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저리 손을 휘젓던 짐리림은 홀로그램 영상기가 드디어 손에 잡히자 그것을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원하던 바가 아니었나? 어디 한번 저 놈들을 길들여 봐! 그래서 보더아에게 쳐들어 가보라고!

아누는 짐리림이 집어던진 홀로그램 영상기를 주어서는 조심스레 망가진 부분이 없나 살펴보았다. 곁으로 보아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속은 어떨지 알 수 없어 아누는 영상기를 작동시켜 보았다. 홀로그램 영상기는 안에 있는 유일한 영상인 에아의 모습을 허공에 투사시켰다.


‘긴 얘기를 할 수 없어. 이렇게 홀로그램으로 남깁니다. 선장님은 지금......’

-우우!


허공에 떠있는 에아의 모습을 보며 사이도들은 두려움에 찬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략 그 수는 2백 마리쯤 되어 보였는데 웅성거림이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딱히 공격성을 띈 모양새는 아니라서 아누의 마음은 조금 안도가 되었다. 홀로그램 영상을 보고 사이도들이 놀라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과민한 반응은 보이지 않자 아누는 짐짓 사이도들에게 관심이 없는 척 등을 돌린 후 음악기능이 작동되는지 시험해 보았다. 아누가 고른 곡은 방금 전 주변에 가득 울려 퍼졌던 하쉬의 명곡 ‘공간’이었다.

-삐 아리아리 나 소로로라 루루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사이도들의 웅성거림은 거짓말 같이 그쳐버렸다. 이 반응에 놀란 것은 아누 뿐 만이 아니라 앞이 안 보이는 짐리림도 마찬가지였다.

-저것들이 설마 음악을 듣고 있는 건가?

아누의 눈에 한결같이 생존에만 찌들어만 보이던 사이도들의 얼굴이 음악에 젖어 편안히 누그러져 있는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짐리림은 일어나서 더듬거리며 아누를 찾아 그의 팔을 꽉 움켜잡으며 말했다.

-거기 다른 음악도 있나? 다른 음악도 한번 틀어보게.

홀로그램 영상기에 내장된 음악은 하쉬의 명곡 ‘공간’을 비롯해 ‘미래 그리고 과거’, ‘찬양’ 세곡이 전부였다. 아누는 ‘미래 그리고 과거’를 틀었다. 사이도들의 태도는 여전히 평온 했지만 ‘공간’만한 반응은 아니어서 다소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거 신기하군! 저들은 분명 음악을 이해하고 있어!
-음악을 이해한다고?

아누의 감탄에 짐리림은 코웃음을 쳤다.

-저들의 귀가 어느 정도의 파장을 감지해 내는지도 모르지 않나? 어쩌면 특이한 소리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울려 퍼지니 단순히 호기심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르지. 분명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걸로 뭘 어쩌겠나?

‘미래 그리고 과거’가 다 끝나자 아누는 마지막 ‘찬양’을 틀었다. ‘찬양’은 고요한 앞서 두 곡과는 달리 장중하고도 조금은 경쾌한 분위기의 곡이었다. 게다가 곡의 중간에는 하쉬의 언어로 다음과 같은 가사가 들어가기도 했다.

-그대 찬양하라 저 불타는 거포아(하쉬행성계의 태양)를 경배하라 오하길(하쉬 행성의 가까이에 있는 거대 행성)을 생명이 숨쉬는 하쉬여 하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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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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