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농민을 못 살게 하나"

[현장]순천지역 농민회 소속 1500여 명, 한미FTA 저지 궐기대회 열어

등록 2006.09.05 17:52수정 2006.09.0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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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남 순천시 농민회 소속 1500여 명의 회원은 순천시 의료원 로터리에서 한미FTA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었다.

풍물패를 앞세운 농민들은 2차선 도로 100여 미터를 꽉 채우고 보도까지 걸터앉았다. 이들은 농민가를 부르고 구호를 연방 외쳐댔다.

연단에 오른 사람들은 "한미 FTA 체결은 제2의 한일합방"이라고 분개했다. 또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결국 한미 FTA체결을 위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농민을 죽이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강성채 순천농협 조합장은 "현재 농촌의 실정은 매우 위험한 상태"라며 "만약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농촌은 붕괴되고 농민은 살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전 국민이 우리 농촌과 농민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박양섭 농업계 상임본부장은 "정치적 문제를 떠나 이 문제는 농민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농촌뿐만이 아닌 도시까지 파괴되는 총체적 위기기 때문에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저지한다"고 말했다.

박소정 YMCA 이사장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연설에 앞서 어제 있었던 순천 화상 경마장 설치 반대 결의대회의 결과를 보고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갈 때만이 밝은 세상이 온다"며 "농사가 주업이나 마찬가지인 순천을 포함한 전남지역에 한미FTA 체결은 삶의 끝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순천지역 농민회 소속 1500여 명의 농민들이 모여 순천 의료원 로타리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순천지역 농민회 소속 1500여 명의 농민들이 모여 순천 의료원 로타리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서정일
이어 진행된 화형식에서 미국 국기는 물론 <조선>·<중앙>·<동아> 언론사의 이름이 새겨진 모형까지 함께 불살랐다.


화형식 참석자들은 "미국도 나쁘지만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국민 중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인 농민을 죽이는 언론은 있을 필요도 없다"고 비난했다.

궐기대회장에서 1시간여가량 행사를 마친 농민들은 깃발을 앞세우고 순천시청까지 약 2킬로미터를 행진했다. 농민들은 시민들에게 한미FTA를 저지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순천시청에 도착한 농민들은 순천시를 향해 30여 분간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한 후 자진 해산했다.


이날 궐기대회는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한미FTA 체결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열렸으며, 농사가 주된 산업인 전남지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순천지역은 별다른 사고 없이 시종일관 평화적인 시위였지만, 농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궐기대회에서 농민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미국을 상징하는 국기를 비롯하여 일부 언론사에 대한 화형식도 가졌다.
궐기대회에서 농민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미국을 상징하는 국기를 비롯하여 일부 언론사에 대한 화형식도 가졌다.서정일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부합니다

덧붙이는 글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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