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숟가락에 적응하기!

<상해를 가다8> 중국 숟가락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등록 2006.09.05 21:33수정 2006.09.0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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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체 왜 이렇게 숟가락을 만든 거야?"


중국 상하이에 온 지도 4개월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예전에 베이징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있어 적응이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적응이 힘든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숟가락입니다.

제가 있는 학교 식당도 그렇고 대부분의 중국 식당들에 있는 숟가락의 형태는 가운데가 굉장히 깊게 움푹 파여 있습니다. 밥을 많이 풀 수 있으니 좋지 않느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밥이 많이 퍼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만족감을 느낄 정도로 밥을 먹기는 무척이나 힘듭니다. 흔히 하는 말로 '숟가락만 빤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중국 숟가락으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거나, 할 수 있다 해도 무척이나 힘듭니다. 만들어진 모양 자체가 워낙 깊게 파여 있기 때문입니다.

숟가락으로 푼 밥을 다 먹으려면 우리나라처럼 숟가락을 잘 빠는 것보다, 가운데 이를 이용해 숟가락의 움푹 파인 부분의 밥을 잘 긁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a 중간이 깊게 오목하게 파여 있어 밑에 있는 것까지 깨끗하게 먹기 위해서 이를 이용해 긁어내야 합니다.

중간이 깊게 오목하게 파여 있어 밑에 있는 것까지 깨끗하게 먹기 위해서 이를 이용해 긁어내야 합니다. ⓒ 양중모

그러나 이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그래서 저도 여러 방법으로 밥을 먹어보았습니다. 한참 동안 이를 이용해서 먹어보았지만 무척이나 힘들고 이도 아팠기 때문입니다.


아, 물론 젓가락을 이용해 밥을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쌀이 우리나라처럼 차진 경우가 드물어 입 안에 들어오기도 전에 다시 그릇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감탄하며 생각한 방법이 바로 입 안에 숟가락을 넣고 뒤집어 밥을 털어 넣는 것이었습니다.

젓가락으로 먹는 것보다야 물론 낫기는 합니다. 그러나 일단 모양새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모양새야 그렇다 치더라도,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때는 그토록 따로따로 놀던 쌀들이 털어먹고자 하면 어찌나 숟가락 위에 잘 뭉치는지 잘 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중국인들에 대해 불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대체 당신들은 숟가락을 왜 이렇게 만든 것이냐?'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신기한 게 없어집니다."

예전에 한 한국인 강사가 해준 말이 떠올랐습니다. 중국에 오래 있다 보면 신기한 것이 점점 줄어드니 처음 왔을 때 사진을 많이 찍어두라는 얘기였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외국인조차도 중국에 오래 있으면 중국에 있는 것들이 신기해 보이지 않는데, 중국에서 태어난 중국인들에게 중국의 것들이 신기할 리 있겠습니까?

a 옆에서 본 모습.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을 먹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구조의 숟가락입니다.

옆에서 본 모습.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을 먹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구조의 숟가락입니다. ⓒ 양중모

즉 자신이 쓰는 것들은 왜 그런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럴 리가 있을까요? 물론 그럴 리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미국인이 제게 '너희 나라 숟가락은 왜 이렇게 생겼느냐?'라고 물어본다면 저 역시 제대로 대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참 엉뚱한 질문을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태어나서부터 숟가락은 그렇게 생겼고 그것을 이용해 밥을 먹어왔는데 숟가락이 왜 그렇게 생겼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대체 어떻게 대답을 해주어야 할까요?

그러니 중국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다소 곤란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TV를 보다 영화 <무간도>에서 '한침'역으로 나왔던 증지위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나온 아저씨지만, 이 아저씨를 보니 제 머릿속에 스쳐가는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밥그릇을 입술 가까이에 대고 젓가락으로 열심히 먹는 모습입니다. 그러고 보니 중국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밥을 먹을 때 우리나라처럼 숟가락을 이용해 먹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젓가락을 대부분 이용해 밥그릇을 들고 입 안으로 열심히 밀어 넣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중국의 숟가락이 왜 그런 모양인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습니다. 쌀이 워낙 힘이 없다 보니 잘 흩어지고 그러다 보니 그것을 잘 모을 수 있는 모양의 숟가락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바로 이 아저씨가 궁금증의 해답을 던져주었습니다.

바로 이 아저씨가 궁금증의 해답을 던져주었습니다. ⓒ 양중모

그런 생각을 한 후부터 저 역시 젓가락을 이용해 밥그릇을 들고 입술 가까이에 대고 밀어 넣곤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어른들 앞에서 그렇게 먹었다가는 경을 칠 일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분명 중국이니 제가 생존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든 우리나라 식으로만 생각해서는 성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국의 숟가락 모양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혹시라도 저처럼 중국에 와서 '이런 숟가락으로 어떻게 먹느냐?'라고 중국 친구에게 물어보시고 싶다면 그전에 그들처럼 젓가락을 이용해 밥그릇을 들고 한 번 먹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희는 왜 그래?' 보다 직접 같이 느껴주고 체험해주는 것이 중요할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물론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크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종류의 식도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듣기로는 동북 지방 쌀은 제법 찰지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는 상하이 일부 지역과 베이징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니 혹시 다른 부분이 있다면 얘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물론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크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종류의 식도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듣기로는 동북 지방 쌀은 제법 찰지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는 상하이 일부 지역과 베이징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니 혹시 다른 부분이 있다면 얘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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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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