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시터'라고 들어보셨어요?

딸아이의 도서관 입문기

등록 2006.09.06 18:50수정 2006.09.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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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는 올 3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거르지 않고 어린이도서관엘 다닌다.  지난겨울 나는 우연한 기회에 '부모교육'을 일주일에 세 시간씩 두 달 동안 듣게 되었고 그 교육을 통해서 '도서관'의 문턱이 결코 넘기 어려운 곳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자라던 시절의 도서관은 지루함과 따분함의 결정체 였다.  책을 읽거나 하는 여유로운 이미지가 아니라 졸음을 쫓아가며 공부하는 곳.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서서 기다리던 곳.  내가 도서관을 오로지 책을 읽기 위해 찾은건 성인이 된 스무살이 넘어서 였다. 

그랬던 내가,  단지 책을 읽고 도서관이 결코 지루하고 따분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여름이를 데리고 나선 것이다.  적어도 여름이에게 있어서의 도서관은 즐거운곳, 재미있는곳, 어렵지 않은 곳이길 바랬다. 

사실 직접 여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보기 전까지는 이제 겨우 네 살된 아이가 도서관이란 곳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을 하기도 했다.  휴가를 내고 찾은 도서관은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여름이 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그 어린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찾은 엄마,아빠가 대단해 보였다.


[시립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에서 책 보는 아이들]


도서관에는 여름이가 처음 만나는 '북시터 선생님'도 함께 갔다.  북시터 선생님은 많지 않아서 선생님과 연결되려면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운이 좋아 얼마 기다리지 않고 연결이 되었다.  처음 '북시터'라는 말을 들었을때 무척 생소했다.  베이비시터는 들어봤는데 말이다.  '북시터'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아이를 데리고 함께 도서관에 가서 일정시간 책을 읽어주고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는 일을 한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보는 선생님과 도서관. 여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첫날이라 여름이가 혹시 어색해 하거나 불편해할 수도 있을것 같아 나도 함께 가게 된것이다.  다행히 여름이는 처음 만나는 선생님을 어색해하지 않고 잘 따랐다. 

환한 웃는 얼굴의 첫인상이 좋은 선생님은 지금 유아교육을 전공한 대학졸업반 학생으로 젊고, 의욕이 넘치는 분이었다.  그날 이후로 여름이는 7개월째 매주 수요일 오전11시부터 두시간동안 선생님과 함께 도서관에 다니고 있다.  

도서관에 도착해 선생님과 여름이만 열람실로 들어가고 나는 바깥에서 여름이가 어떻게 하나 지켜보기로 했다.  원래 책 읽는걸 좋아하는 여름이는 생각보다 더 신나했다. 

직접 책꽂이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한아름 가져와 책상에 올려 놓고는 선생님께 읽어 달라고 했다.  책에 빠져 한동안 일어설 줄 모르는 여름이에게 선생님은 잠시 쉬었다가 읽자고 했다.  나도 덕분에 꽤 오랜시간을 도서관에 있었다.  그렇게 성공적(?)인 북시터선생님과의 도서관방문이 시작되었다.


[북시터선생님과 처음 간 도서관에서 선생님과 여름이]


그 사이 내가 살고있는 산본에도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원래는 '시립도서관'의 어린이 열람실을 이용해 책을 읽었는데, 시설좋은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연 이후는 줄곧 그곳에서 책을 읽고 온다.  주목할만한건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니만큼,  책장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화장실도 아이들 높이에 맞춰져 있음은 물론, 도서관내에 책을 읽다가 힘든 아이들이 쉴 수 있도록 수면휴게실도 만들어 놓았다.

그동안 선생님의 말을 종합해보면,  처음엔 친구들을 경계하던 여름이가 이젠 도서관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들에게 가지고 간 간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책을 읽을 때는 자기 자리에 바르게 앉아서 읽으며, 읽고 싶은 책을 다른 친구가 보고 있을경우 기다릴 줄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큰소리로 이야기 하곤 했는데, 이젠 목소리를 낮춰 소곤소곤 이야기도 할 줄 알게 되었고 말이다.  

그러면 지금 주인공인 여름이에게 '도서관'은 어떤 곳일까?
나는 쉬는날 종종 여름이와 도서관을 간다. 

"여름아, 우리 오늘 도서관에 갈까?" 
"응, 좋아좋아"
"가서 책 읽고 올까?"
"엄마, 책 많이 읽어주세요. 간식도 친구들이랑 나눠 먹을께요"

예전의 나와는 다르게 여름이에게 도서관은 즐거운 곳, 재미있는 곳이 된 것은 분명한 듯 하다.  내가 처음에 여름이에게 도서관이 어렵지 않은 곳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한 도서관 방문은 제법 성공한 셈이다.


[지난 토요일 방문한 어린이도서관]


[열심히 책 고르는 여름이]

덧붙이는 글 | 북시터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http://www.kidstd.com 로 들어가서 보세요 ^^

덧붙이는 글 북시터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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