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23명은 7일 정부의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태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김태홍 의원(65). 여당 중진 의원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처지라 위헌 소송 명단에 서명할지 여부가 그에겐 끝까지 고민이었다. 김 의원은 "많은 심적인 고통과 갈등을 겪었다"며 "상임위원장으로서 대통령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면 되겠나 싶어서 뺐다가 안되겠다 싶어 다시 넣었다"고 말했다.
지도부로부터 압박도 심했다. 강봉균 정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다른 견해 가진 의원들은 당내 특위나 국회 특위라는 제도적 통로를 통해 의견을 개진해 협상이 제대로 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오늘 아침만 해도 비난성 얘기도 듣고 동서남북에서 당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미FTA가 체결됐을 경우, 국민 생활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사태를 예감하고 몸을 던져서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한미FTA 협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협상의 투명성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정부와 미국이 추진하는 협상의 속도는 세계 역사상 최고의 코미디"라며 "1년 안에 마무리 짓겠다니 말이 안된다, 내가 탱크 앞에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국일보>, <합동통신> 기자 출신으로 5공 군사정권 시절, 이른바 '보도지침' 사건으로 1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대표, <말>지 발행인, 광구북구청장, 새천년민주당으로 16대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접촉했다"며 "그 과정에서 오늘 청구인 명단에 직접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속도와 준비, 쟁점에 대해 정부의 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 아직 정부측 협상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한미FTA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소송의 대리는 이돈명, 송두환, 박성민, 백승헌, 이동직, 박주민, 한택근, 송호창, 송기호, 이찬진 변호사 등 17명의 변호사들이 맡았고 이날 오후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여당 내 한미FTA 협상 위헌 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청와대는 "당 차원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기에 적절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난감하다"며 "헌법 소원을 해도 '각하'라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