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에서 박지성 선수를 보며 힘을 얻다

기대 않고 우연히 본 맨유 경기, 박지성이 있어 뿌듯했다

등록 2006.09.10 12:52수정 2006.09.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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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박지성 경기가 오전 1시 15분에 하잖아."


메일을 확인하러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경기가 10일 오전 1시 15분에 열린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물론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중국 상하이에 있기에 우리나라에 있을 때처럼 TV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문자 중계밖에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중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자신의 조국도 아닌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월드컵 결승에서 붙어도 수많은 관중이 모여 열렬히 응원하는 나라입니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아스널이나 리버풀을 마치 자신의 국가 대표팀처럼 응원하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프리미어 리그 명문 중의 명문 맨유의 경기를 중계해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분들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저는 사실 박지성 선수를 보기 위해 맨유 경기를 봅니다.

하지만 축구 자체가 좋아 맨유 경기를 보는 이들이 중국에 적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늦은 밤이었지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오전 1시 15분까지 기다리다 일단 포털사이트 문자 중계면에 들어갔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 시계는 이제 오전 1시 20분인데 1:0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게다가 벌써 후반 2분이랍니다.

멍하니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우리나라 시간으로만 계산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와 중국의 시차가 1시간이니 제가 1시간 일찍 TV를 켜야 했던 것입니다. 바보같이 1시간을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박지성 선수가 출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a 호나우두의 드리블을 보고 맨유 경기임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호나우두의 드리블을 보고 맨유 경기임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 양중모

어쨌든 재빨리 TV를 켰습니다. 한참을 채널을 돌린 끝에 축구 중계방송을 하는 채널을 찾아냈습니다. 한자 발음이 맨유와 비슷한 것으로 보아 맨유의 경기인 듯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난 시즌 자주 보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몸놀림을 보면서 맨유 경기가 확실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자중계면에서 확인한 것처럼 박지성 선수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선발 출장했다면 저는 무척 억울했을 것입니다.


저는 박지성 선수의 출전을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준 높은 선수들의 묘기를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역시 박지성 선수가 없는 경기는 적어도 제게는 밋밋했습니다. 공격 자원이 풍부해진 맨유이기에 오늘은 박지성 선수 얼굴을 보기 힘들겠다고 생각한 순간 화면 가득히 박지성 선수의 얼굴이 잡힙니다. 저도 모르게 '아싸'라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특히 중국에 있다고 생각하니 박지성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게 무척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2002 월드컵 4강에 대해 중국 친구들 가운데 '실력이 아니다'는 식으로 말하는 친구들이 여전히 있기에 더욱 그러한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날 경기에서 중국인 해설자들이 박지성 선수를 칭찬하는 말을 하기를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릅니다. 박지성 선수가 교체 투입될 때 약간 부러워하는 듯한 어조를 느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공격포인트를 올려 중국인 해설자들이 흥분하기를 바랐습니다.

아쉽게도 그런 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보다 치열해진 주전 경쟁과 강행군으로 인한 체력 저하 탓인지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은 지난 경기에서 지적 받은 것처럼 그리 훌륭한 몸놀림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a 사진기를 20분내내 들고 있었지만 결국 찍은 건 뒷모습뿐입니다.

사진기를 20분내내 들고 있었지만 결국 찍은 건 뒷모습뿐입니다. ⓒ 양중모

그러나 박지성 선수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외국에서 경쟁자들과는 물론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 할 박지성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박지성 선수와 분야는 다르지만 외국 어느 곳에 있든가 열심히 해서 우리나라를 외국인의 눈에 다르게 보이게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멀리 중국에 있는 제게 살아갈 힘을 주는 것처럼 제가 어느 분야에서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될 것을 믿습니다.

박지성 선수! 있는 힘껏 한 발 더 뛸 때마다 저도 열심히 더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멋진 모습 보여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외국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명문팀에서 뛰는 것을 보니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 아니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외국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명문팀에서 뛰는 것을 보니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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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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