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의원들 연대 중요"

[대담] 열린우리당의 김명자 의원과 뉴질랜드 최초의 동양인 여성 국회의원 팬지 웡

등록 2006.09.11 14:10수정 2006.09.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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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시아정당국제회의 조직위원장 김명자 의원, 뉴질랜드 최초 동양인 국회의원 팬지 웡

아시아정당국제회의 조직위원장 김명자 의원, 뉴질랜드 최초 동양인 국회의원 팬지 웡 ⓒ 우먼타임스

제4회 아시아정당국제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9월 6일. 대회장으로 선정돼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한 커피숍에서 두 여성 정치인의 의미 있는 만남이 있었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열린우리당의 김명자 의원과 뉴질랜드 최초의 동양인 여성 국회의원 팬지 웡(국민당)이 자리를 함께 한 것. 이날 만남은 여성가족부가 조직, 운영하고 있는 한민족여성네트워크의 뉴질랜드 지역담당관이자 우먼타임스 해외통신원으로 활동 중인 허경애 ASB은행 수석부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두 사람의 대화는 통역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미국 버지니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유학파 출신의 김 의원은 차분하고 우아한 이미지만큼이나 또박또박 대화를 이끌었다. 활달하고 사교적인 웡 의원은 경쾌한 어조로 묻고 답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김: 한국인 중에는 뉴질랜드가 아시아 국가라는 데 생소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합니까?

웡: 198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을 더 가깝게 느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후 짐 볼저 당시 국민당 당수가 '아시안 정치 지도자'를 표방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1990년 무렵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하던 아시아 이민자가 이제는 5~6%로 늘었습니다. 뉴질랜드는 지리적으로도 아시아에 속하고 원주민인 마오리족도 아시아인 아닙니까?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및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같은 국제회의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이 행사에 참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저는 지난번 베이징에서 열린 3차 총회에도 참석했습니다.

김: 웡 의원이 뉴질랜드 최초의 아시아인 국회의원이 되신 것도 그런 배경과 관계가 있을까요?

웡: 상관이 없지 않겠죠. 저는 1989년 캔터베리 광역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다른 아시아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캔터베리대학에서 상과대학 대학원을 마치고 공인회계사로 활동하면서 중국 교민사회를 위해 사심 없이 열심히 일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지역의회 의원으로는 1991년까지 일했어요.

김: 한국 교민사회를 위해서도 애를 많이 쓰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웡: 저는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아주 어릴 때 홍콩으로 이주했다가 19살 때 온 식구와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 왔습니다. 당시 현지인들은 소수민족에겐 관심이 없어 무척 외롭게 지내야 했습니다. 1996년 국민당에서 소수민족 대표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제안받았을 때 '아시아인들을 위해 일하자'고 굳게 다짐했어요. 15만의 중국 교민, 그리고 2만4천의 한국 교민이 제가 가장 열심히 돌보고 있는 소수민족 커뮤니티입니다. 지난 2월에는 한국인 보좌관을 영입해 한국 사회와 좀 더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뉴질랜드에 이런 한국 전문가가 계시다니 기쁩니다. 그런데 동양인이자 여성으로서 일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으십니까?


웡: 뉴질랜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는 사회입니다. 지난 1997년 국민당에서 첫 여성 총리를 냈고 지금은 노동당 출신 여성이 총리를 맡고 있어요. 대법원장, 국회의장, 전임 총독도 여자이고, 주한 뉴질랜드 대사도 여자입니다. 사실은 여성문제보다는 소수민족 문제를 다룰 때가 훨씬 힘들어요. 이민법이나 영주권 정책 등은 아시아인들에게 큰 관심거리지만 보통 뉴질랜드 사람들은 관심이 없기 때문이지요.

김: 뉴질랜드는 1893년 세계에서 최초로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었다고 하지요. 현재 여성국회의원은 얼마나 됩니까.

웡: 뉴질랜드는 인구 4백20만의 작은 나라입니다. 전체 국회의원 1백21명 중 3분의 1인 39명이 여성입니다. 동양 여성은 제가 유일하고, 집권당인 노동당에 파키스탄인 비례대표 남성 의원이 한 명 있습니다.

김: 한국에는 현재 41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숫자가 크게 늘어서 비율이 6%에서 13.4%로 뛰어올랐습니다. 이젠 아시아의 여성의원 평균 14.9%, 세계 평균 15.5%에 가깝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여성 천국인 뉴질랜드에서 여성문제라면 어떤 게 있습니까?

웡: 남녀 임금격차 해소, 가정폭력 등이 주요 이슈입니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리라고 봅니다. 이미 젊은 여성들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거든요. 특히 뉴질랜드의 한국계 여성들은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성장 잠재력이 아주 큽니다. 다만 여성들은 남성들처럼 출세에 목을 매지 않고 가족과의 조화를 중시해서 아무래도 경쟁에서 뒤처지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종종 자기 일에만 몰두해서 다른 여성들과 네트워킹하는 일을 잊어버리는 것도 문제지요.

김: 4선 의원으로 10년째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앞으로도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신가요?

웡: 물론입니다. 제가 속한 국민당이 집권해서 각료가 되는 그날까지 싸울 겁니다. 정책도 바꾸고, 더 많은 중국인, 한국인, 인도인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김: 이번 총회에서는 8일 여성정치인 워크숍이 처음으로 열립니다. 외국 국회의원 30명을 포함해서 약 50명 정도가 모일 예정입니다.

웡: 여성 국회의원의 연대가 매우 중요합니다. 경쟁하고 싸우기보다는 협력하고 화합하는 여성들이 힘을 합치면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대화를 시작한 지 1시간, 두 사람은 아쉬움을 남기면서 정당희의장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웡 의원은 뉴질랜드에 아직 가보지 못했다는 김 의원을 꼭 초청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시아정당국제회의란

공동번영과 평화 추구2000년 마닐라서 출범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International Conference of Asian Political Parties)는 아시아 각 나라의 정당들이 정치와 문화, 종교, 이념 등의 차이를 뛰어넘어 네트워크를 구축, 아시아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발족됐다. 지난 2000년 9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첫 총회를 가진 이래 2년 주기로 방콕, 베이징에서 모임을 가졌다.

서울에서 9월 7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제4차 총회에는 아시아 36개 국가의 90여 개 정당에서 4백여 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한다.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큰 주제로 삼아 ‘지역 안보와 정치 안정’ ‘빈곤 감소와 선정(善政)’ ‘아시아공동체 건설’ 등에 대해 논의한다. 아시아 여성 의원들 간의 교류와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여성정치 워크숍’도 처음으로 마련된다.

이번 행사는 유치 국가의 여당이 단독으로 총회를 주최한다는 이제까지의 관행을 깨고 열린우리당 김명자 의원과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공동으로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협력과 화합, 선의의 경쟁을 추구하는 ICAPP의 기본정신을 훌륭하게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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