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추억의 자연 풀장, 넙적바우

등록 2006.09.11 20:05수정 2006.09.11 20:1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넙적바우와 내인(민)바우...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른다. 그것이 중요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애써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옛날부터 그렇게 불리워 왔고, 우리들 역시 그렇게 불렀다.

고향의 산소 벌초를 끝내고 내려오는 길, 길가에 차를 잠시 세우고 어릴적 추억이 고스란히 서린 그 곳을 찾았다. 봄이면 버들강아지를 따 허기진 배를 채우던 곳이다. 햇빛 내리쬐는 더운 여름이면 책 보자기를 바위 위에 벗어던지고 훌렁훌렁 옷을 벗고는 알몸으로 수영을 즐기던 추억의 풀장이다. 오랜 자맥질로 물에 체온을 뺏겨 입술이 새파래지면 달구어진 너럭바위에 벌렁 누워 몸을 데우거나 귓 속에 든 물기를 빼내던 곳이기도 하다.

가끔씩 고향을 찾아 추억을 더듬는 이들의 발걸음을 빼고는 물장구치며 재잘대던 우리가 어렸을 적의 어린 학동들의 모습을 너럭바위 위에서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을에는 오직 할머니, 할아버지만 쓸쓸히 고향을 지키고 있을 뿐인 탓이다.

바위와 개울의 모습은 옛날 그대로이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라 노래했던 옛 어른의 마음도 이러했으리라.

이번엔 날씨가 서늘하여 목욕은 생략한 채 발만 담그고는 고향을 뒤 두고 내 삶터로 되돌아 왔다. 내가 사라지더라도 너럭바위는 그대로일 터이다. 하지만 가끔씩 추억을 찾는 발걸음 역시 점차 사라질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AD

AD

AD

인기기사

  1. 1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2. 2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3. 3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