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자

[주장] 감정만으로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을 당해낼 수 없다

등록 2006.09.13 14:43수정 2006.09.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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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6년 4월 10일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찾은 아힘나 평화학교 아이들

2006년 4월 10일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찾은 아힘나 평화학교 아이들 ⓒ 김종수


최근 중국에 의한 역사왜곡이 한국 국민들에게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사실 일본과 중국이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기술해 왔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랫동안 치밀한 준비를 거쳐 역사왜곡을 진행해 오고 있는 이유는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침략을 위한 정당성을 구축해 가는 과정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R&R ·대표 노규형)’가 지난 7일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신뢰도 95%·±3.46%) ‘일본에 의한 역사왜곡이 중국보다 더 심각하다’(41.9%), ‘중국에 의한 역사왜곡이 더 심각하다’(27.4%), ‘둘 다 비슷하다’(25.3%) 순으로 응답했다.

국사과목의 필수과목 전환 필요성에 대해서는 77.2%가 ‘필수과목으로 전환 필요’라고 응답했으며 ‘현행대로 선택과목 유지’는 15.0%에 달했다고 발표하였다. 이 발표를 보면서 어느 나라가 더 심하게 왜곡을 하는가라는 문제보다는 ‘어떤 부분이 역사왜곡인가’하고 물었을 때 설명할 수 있는 응답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시아의 아이들에게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쳐 줘야

a 관동대지진의 상황을 증언하시는 야기가야 타에꼬 할머니.

관동대지진의 상황을 증언하시는 야기가야 타에꼬 할머니. ⓒ 김종수


필자는 지난 3월부터 안성 아힘나 평화학교 중학과정의 아이들에게 교양과목으로서 한국의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아힘나 평화학교의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일본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 민족의 식민지시대 역사를 더 깊이 알기 위하여 지난 6월 28일부터 9박 10일 동안 후쿠오카에서 재일동포 1세대들과 만나 식민지시대 강제연행과 강제노동의 역사에 대한 증언을 직접 듣고 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나가고 있다.

지난 8월 1일에는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 때 일본이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6∼7천 명의 조선인들을 학살한 사건 당시, 10살의 나이에 직접 목격한 야기가야 타에꼬 할머니(93세)를 한·일·재일 청소년들이 함께 한 도쿄 아힘나 캠프에 초청하였다.


캠프에 참여한 일본 스탭들은 할머니의 생생한 증언을 들은 후 눈물을 흘리며 일본을 대신하여 사죄하였다. 또한 일본 청소년들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 알아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소감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청소년들과 실습 대학생들은 한국과 일본의 평화를 바라시는 할머니에게 큰절을 올렸다.

중국·일본의 역사왜곡을 막아야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학습하도록 격려하는 일이다. 일본과 중국이 준비하는 한반도 재침략의 시기는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미래의 역사가 다시 침략과 수탈의 시대가 될 수 있음을 예견한다면 지금부터 아시아의 아이들에게 평화의 소중함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쳐야 한다.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시아의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평화적 교류활동을 꾸준히 지속함으로써 우정을 깊게 쌓아간다면 그들은 앞장서 평화를 저해하는 요소들과 싸워나갈 의지와 용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일본·중국의 준동, 역사에 깨어 있는 부모들 되길

a 아힘나 운동본부에서 함께보기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중국·일본이 함께 쓴 역사책

아힘나 운동본부에서 함께보기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중국·일본이 함께 쓴 역사책 ⓒ 김종수

과거 역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한 만큼, 현재의 역사에 대한 책임, 그리고 미래의 역사에 대한 책임까지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미래를 여는 역사>를 아시아의 청소년들이 함께 보는 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이 운동은 일본에 있는 도쿄, 교토, 후쿠오카 등의 조선학교의 교원들에게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도 전해졌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아사히신문과 인터뷰를 하였다. 그 때 신문사 기자가 물었다. “한국·중국·일본 모두 자국 중심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참으로 크다. 그런데 이 책을 일본에 보급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도 보급하고 있는가?” 기자의 질문에 당황하였다.

사실 후소샤판 왜곡교과서채택을 막기 위한 운동이 한참인 가운데 '공동역사교과서 보내기 운동'이 시작됐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역사교과서로 채택하여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깊이가 얕은 운동이었다는 생각에 이 운동은 '공동역사교과서 함께 보기 운동'으로 바뀌었고, 교과서를 통한 역사공부를 넘어 직접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고 대화하고 자료를 남기는 일에 열심을 내기 시작하였다.

작금의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준동은 구한말의 한반도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호시탐탐 노리는 강대국들의 촉수를 피해, 여야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고, 남과 북 모두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에게 평화를 물려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역사왜곡에 분통을 터뜨리며 대한민국 정부를 탓하기 전에, 내 자녀들에게 입시공부 만을 독려하기보다는 깨어있는 부모들이 되어 자녀들과 함께 <미래를 여는 역사>책을 가지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아힘나운동본부 상임이사이며, 한신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안성신문(9.13) 시론에도 게재하였습니다.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함께보기운동에 동참하실 분들은 031-672-9120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아힘나운동본부 상임이사이며, 한신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안성신문(9.13) 시론에도 게재하였습니다.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함께보기운동에 동참하실 분들은 031-672-9120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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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관장 천안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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