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일본여행을 선택한 이유

[바깽이의 일본 간사이 여행기 ①]

등록 2006.09.13 14:17수정 2006.09.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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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본여행 준비 끝!  윗줄-일기장과 지도. 가운뎃줄-여행안내서, 엔화, 수첩, 일명 돼지코. 아랫줄-USJ 입장권, 간사이스루 패스

일본여행 준비 끝! 윗줄-일기장과 지도. 가운뎃줄-여행안내서, 엔화, 수첩, 일명 돼지코. 아랫줄-USJ 입장권, 간사이스루 패스 ⓒ 박경

"이번 여름엔 어디로 갈까?" 언제부턴가, 내가 말하면 우리 가족은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발리나 푸켓 같은 데 좀 가보자 우리도" 일년 내내 뼈 빠지게 일하고 후줄근하게 퇴근하는 남편의 말이다. "그게 무슨 여행이야? 그럴 거면 달력이나 감상하셔!" 일년 내내 집구석에 처박혀, 휴가야 오기만 해봐라, 두 팔 둥둥 걷어 부친 채 벼르고 벼르던 나는 되알지게 받아쳤다.

"나는 뉴질랜드 가고 싶어" 해외여행 몇 번 다니더니 바다 건너기를 동네 개천 넘나드는 것쯤으로 여기는지 딸애는 아주, 뉴질랜드를 서울랜드 쯤으로 착각하는 눈치다.


"뉴질랜드…음, 좋지.…하지만…돈 없어!"

이런 남편과 아이에게, 화엄사부터 대원사까지 지리산을 종주하자! 라든가, 하늘과 맞닿은 티벳으로 가자!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많지도 않은 3인 가족이 이렇게 팽팽하게 맞설 때,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면 어디일까?

요컨대, 남편은 너저분한 일상이 먼지처럼 굴러다니는 오지를 부담스러워했으며, 아이는 그 나라 문화와 토양을 철저하게 익혀낸 독특한 향의 음식들을 싫어했고, 나는 더 이상 파라다이스 따위는 꿈꾸지 않는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a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오사카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오사카 ⓒ 박경

그런 우리 가족의 욕구를 적당히 골고루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일본이었다. 잘 몰라도 주눅 들지 않게 대접 받는 기분으로 돌아다닐 수 있고, 무엇을 먹건 대체로 눈코입을 골고루 즐겁게 해 주는 곳이 일본이라는 걸 지난번 첫 일본여행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번엔 오사카를 중심으로 교토, 나라, 고베를 둘러보기로 했다. 일본여행을 간다 하면 사람들은 한입으로 묻는다. 물가가 높다는데 돈 많이 들지 않나? 그러면 난 단호하게 대답한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실제로 나의 경우, 여행 경비를 그때그때 기록해 두는 수첩을 들춰보면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동남아 여행과 비교해 볼 때 결코 일본여행에서 돈이 더 든 건 아니다. 바가지를 쓸 일이 없으니 계획보다 초과하는 일도 없고, 서민들을 위한 싸고 맛좋은 음식들이 넘쳐난다.

그 대신 일본여행은 흔적을 남긴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아이는 엉덩이가 자꾸 쓸린다며 고통을 호소했었다. 아무래도 엉덩이가 너무 통실통실한 탓이려니 여겼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곳에서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왜 유독 일본에서만 그놈의 엉덩이가 말썽이냔 말이다.


두 번의 일본 여행을 통해 그 해답은 쉽게 드러났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남편은 무릎이 아프다고 절룩거리며 열흘 넘게 약을 먹었다. 에이 그까짓 것 좀 걸었다고 엄살도 지나쳐, 평소에 운동 좀 하라니까, 여행은 혼자만 했나, 기세등등하던 나 역시 엄지발톱이 팥죽색으로 변한 걸 발견하고는 꼬리를 내렸다.

택시는 요금이 너무 비싸 아예 탈 엄두도 못 내고, 이동수단으로 철도와 버스만 이용하다 보니 걷는 게 장난이 아니다. 어쨌든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걷게 될 여행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가방을 둘러메고 제일 먼저 나서는 건 항상 나다. 오리새끼들 마냥 쭐레쭐레 따라오는 남편과 아이를 향해 나는 어깨를 흔들며 외쳤다.

"아, 따라와아~! 빨리 와아~!"

a 가기 전에 미리 구입하면 편한 것들. 양쪽에 USJ 입장권과 가운데 간사이스루 패스 3일권. 간사이스루 패스 한장이면, 유효기간 동안 간사이 지역의 지하철 민영철도 버스 등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지의 입장료도 할인 받을 수 있다. 3일권 한장에 5000엔(우리 돈 4만 2천원 정도)

가기 전에 미리 구입하면 편한 것들. 양쪽에 USJ 입장권과 가운데 간사이스루 패스 3일권. 간사이스루 패스 한장이면, 유효기간 동안 간사이 지역의 지하철 민영철도 버스 등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지의 입장료도 할인 받을 수 있다. 3일권 한장에 5000엔(우리 돈 4만 2천원 정도) ⓒ 박경

덧붙이는 글 | 2006년 8월 12일부터 20일까지 8박 9일 동안 일본 간사이 지역을 여행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2006년 8월 12일부터 20일까지 8박 9일 동안 일본 간사이 지역을 여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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