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생강차 한잔.주경심
김치 한가지만으로도 게눈 감추듯 해치우던 밥 한 그릇이 요즘처럼 부담스럽게 다가온 적도 없었다. 밥 먹으라는 소리에 남편 역시 밥상 앞에 앉기는 했지만 영 입맛이 없는 모양이다.
"국 없어?"
생전 반찬투정이라곤 없던 사람도 쌀쌀한 날씨에는 이길 재간이 없나보다. 국 타령을 다하니 말이다.
"국이 어딨어? 대충 물 말아먹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냉장고에서 갓 튀어나온 반찬에 손이 안 가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충 먹고 따뜻한 차라도 한잔 마셔야지.'
언제나처럼 커피를 타는데, 수저를 내려놓다 말고 남편이 한마디를 건네온다.
"나는 커피 말고 다른 거 주지.몸 도 으슬으슬하고, 목도 아픈 것이 감기라도 올 것 같은데…"
그 말에 나 역시 오늘만은 텁텁한 커피 대신 다른 차를 마시고 싶어졌다. 뒷방 신세를 면치 못하는 노인처럼 여름내 냉장고안에서 냉기만을 쐬고있던 생강차를 꺼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딱 한잔이 뭐란 말인가? 이럴 때 또 한번 집에서 노는 사람의 비애가 느껴진다. 톡 쏘는 향기와 맛을 느껴보고 싶지만 어쩌랴 돈버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이니 남편에게 양보할 수밖에. 차를 휘젓던 숟가락을 입으로 넣으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남편이 나간 뒤 아이를 데리고 슈퍼로 달려갔다. 당연 마시지 못한 생강차를 마시기 위해서였지만 감기기운이 있다는 남편을 위해서였다고 애써 변명을 해본다. 그런데 차 종류가 왜 그리도 많은지 원!!
커피 외에는 술술 넘어가는 술과, 물리도록 마셔도 또 생각난다는 물밖에 안 마셔본 내게 수많은 차 종류는 다양한 선택의 폭이 아닌 풀지 못한 숙제 같기만 했다.
이걸 사자니 저게 걸리고, 저걸 사자니 또 확신이 서지가 않는 것이었다. 해서 집으로 돌아와서 컴퓨터를 켰다. 이왕 마실 거면 입도 즐겁고, 몸에도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였다. 특히 지금처럼 환절기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감기에 좋은 차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알아봤다.
첫째 모과차. 옛말에 모과를 보면 네 번 놀란다고 한다. 첫째는 못 생긴 모습에 놀라고, 둘째는 잘 익은 모과의 좋은 향기에 놀라고, 셋째는 시금털털한 맛에 놀라고, 마지막으로는 한방에서 다양한 약재로 활용되는 효능에 놀란다고 할만큼 모과는 비타민C가 풍부해 감기예방과 목을 보호하는 효과는 물론이고, 건조하고 거친 피부를 생기있게 해주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소화를 잘 되게 하고 입맛을 돋우며 급성위장병과, 각기병, 근육병, 관절염, 신경통에도 효험이 있다고 하니 네 번 놀란다는 옛말이 하나 틀리지 않았다.
만드는 방법은 잘 익은 모과의 껍질을 벗긴 후 씨를 발라내고, 얇게 썬 다음 설탕이나 꿀에 재워 모과청을 만들거나 말려서 보관 후 대추와 함께 푹 고와서 물만을 따라 마시면 된다.
둘째 생강차. 생강은 한약재에 꼭 들어가는 중요 약재중 하나이다. 이유는 약의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식욕을 돋우고 위를 튼튼히 해주고, 구역질을 가라앉혀준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추울 때 생강차를 마시면 땀을 내고, 가래를 삭혀준다.
또한 기침과 현기증 수족냉증은 물론이고, 요통과 설사 구토까지 다스려진다. 특히 생강차는 냉감증, 불감증, 생리불순에도 좋고 출산 후 혈체에도 좋다. 또 회와 함께 생강을 같이 먹으면 비린내를 제거해서 맛을 좋게 함은 물론이고 살균작용까지 있다고 한다. 저혈압에도 좋다고 하니 고혈압보다 더 무서운 저혈압으로 고생하는 분이라면 운동과 함께 생강차를 음용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셋째 유자차. 유자에 들어있는 풍부한 비타민은 감기는 물론이고 편도선은 물론이고 발한, 해열, 소염의 효능도 있다고 한다. 또 술을 마신 뒤 숙취제거와 임산부가 식욕부진으로 고생할 때도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하니 주위에 환절기로 입맛을 잃은 임산부가 있다면 유자차를 선물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이 외에도 두통과 신경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상큼한 유자차로 건강은 물론이고 사랑까지 나눠보는 것이 어떨는지.
넷째 대추차. 대추는 감기 뿐만 아니라, 빈혈과 불면증에도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해독작용이 뛰어나 한약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약재이기도 하다. 관절염, 식욕부진, 해열작용도 있다고 하니 두고 마셔도 해 될 건 없을 것 같다.
다섯째 칡차. 칡의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을 갈근이라 하는데 이 갈근차가 기침, 감기에 효과가 있다.
여섯째 쑥차. 만성 위장병과 변비 신경통, 냉병, 부인병, 요통, 천식 등에 효과가 있다. 특히 수족냉증과 심한 냉대하로 고생하는 분들이 쑥찜질로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쑥은 단오(음력 5월)무렵에 수확한 잎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한다. 지혈효과와 노인의 자양강장,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나 늙으신 부모님께 선물하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러고보면 상처가 나면 쑥을 찧어서 붙여주던 엄마의 방법이 영 고리타분하고 비과학적인 것만은 아니었던가보다.
그 외에도 계피생강차, 대추생강차, 인삼차 등이 감기에 좋다. 참고로 "나는 차라면 바퀴 달린 것만 좋더라"하시는 분들을 위해 차 외에도 감기에 좋은 음식을 몇 가지 소개해볼까한다.
무를 강판에 갈라 꿀에 재웠다가 복용하면 좋고, 청주 한 컵을 따뜻하게 데운 후 계란 노른자를 넣고 저어서 만든 계란술도 감기에는 탁월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또 파뿌리와 콩나물을 끓여서 마시거나, 미나리국도 좋다고 한다.
나는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다 귀찮다 하시는 분에게도 맞는 방법도 있다. 바로 파를 찧어서 거즈에 싼 뒤 목에 찜질을 하듯 붙이고 있으면 감기와 부어오른 목에 효과적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환절기마다 통과의례처럼 두려워해야 할 감기라면 물리칠 방법 한가지쯤은 알고 있는 것도 감기를 이기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그 방법이란 것이 이왕이면 입도 즐겁고 몸도 즐거운 "우리차"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나에게는 아무래도 생강차가 제 격일 것 같다. 남편의 감기와 나의 저혈압을 동시에 잡아줄테니 말이다.
대한민국 모두가 감기에서 해방되는 그날까지, 아줌마의 '차 찬양'은 아마도 계속될 듯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세상에서 제일 맛난 차는 바로 옆집에서 빌려온 차라는 것이다. 공짜 좋아하면 머리 벗겨진다는데, 생강차의 효험에 탈모는 없는지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허파꽈리까지 뻗치는 향기와 따듯함을 만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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