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상사 하나 없이 운행이 끝나는 순간 제일 마음이 편해집니다"김현자
밝음과 어둠이 불과 1~2분 사이에 계속 되풀이되고 있었다. "이렇게 몇 시간씩 되풀이되면 눈이 나빠지지 않나요?" 기관사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눈이 나빠지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눈이 나빠지고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나중문제입니다. 우선 제일 힘든 것은 불규칙한 출퇴근 때문에 식사가 불규칙하다 보니 위장병을 앓는 사람이 많아요.
또 남들과 다른 생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겠죠? 휴일에 아이들과 놀러가고 싶어도 시간이 잘 맞지 않아요."
출퇴근도 휴식도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전동차 한 대에 정해진 순번에 따라 기관사와 차장이 한 조가 되어 운행을 한다. 운행하는 시간은 2시간부터 3시간까지 노선마다 차이가 난다.
자기 순서에 운행을 마치면 다음 운행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두세 시간을 대기한다. 이 시간에 식사와 급한 볼일을 보고 잠시 휴식을 보충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도 식사시간도 휴식시간도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근근야휴'라는 말로 근무일수에 대해 알려주는데 계산이 쉽지 않았다.
어느새 기자가 내리기로 한 구파발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승객으로 탈 때는 교대역에서 구파발까지 한 시간 거리인데 취재차 동승해서인지 10분 남짓 걸린 것 같은 기분이다. 아직 물어볼 말이 더 많이 남았는데…. 취재 연장.
지축역에서 또다른 기관사와 눈 깜짝할 사이 교대가 이루어졌다. "15년 동안 운전하면서 일반인이 운전실에 타기는 처음입니다. 어떻게 타셨어요?" 기관사는 인사를 이렇게 건넨다.
"제가 참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요. 갑자기 급한 화장실 볼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죠? 아무리 신경쓰고 조절해도 사람이니까 급할 때가 생기잖아요. 이런 경우 어떻게 교대를 하죠?"
"그러니까 평소에 잘 조절해야죠(웃음). 하지만 조절을 아무리 잘해도 급하게 돼서 참다참다 결국 옷에 싸는 기관사들도 있어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이해를 해줘도 다른 기관사나 청소하는 아줌마들에게 얼마나 난감합니까. 그러나 어떤 경우든 승객의 안전이 우선이니 어쩔 수 없죠."
이 말을 하면서 기관사는 쑥스럽게 웃었다. 함께 웃어주는 것만이 쑥스러움을 덜어 줄 수 있을까? 어느새 대화역 종점에 이르렀다.
10량, 20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