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전공노관련 '상관조정' 안하나?

[지역언론 별곡-146] '지자체 사무실 폐쇄 초읽기'... 단편적인 보도 뿐

등록 2006.09.21 14:21수정 2006.09.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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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내린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사무실 일제 폐쇄지침 시한인 22일이 다가오면서 각 자치단체와 전공노 사이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운이 감도는 곳도 있다.

그러나 갈등과 마찰의 주된 요인을 놓고 언론은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감시 외에 상관조정기능은 볼 수 없다. 기자실 폐지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던 전공노와 섞이고 싶지 않은 때문일까. 사무실 존폐 문제에서 발을 빼는 듯한 보도가 눈에 띈다.

보다 폭 넓은 맥락에서 사건의 의미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내려주고 어떠한 입장에서 볼 것인가를 시사해 주는 언론의 상관조정 기능 수행은 중요하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그러나 '노동 3권을 보장하라'며 법외노조로 남겠다고 선언한 전공노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예사롭지 않다.

자치단체 청사 안의 전공노 사무실을 폐쇄하라는 지침에 팽팽히 맞서고 있는 노조를 정부와 각 자치단체들은 불법단체로 규정짓고 있다. 언론의 보도에서도 묻어난다. 그러는 사이 확대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전공노 사무실 폐쇄갈등 주범은?

a <부산일보> 는 21일 사회면에 전공노 관련 소식을 사진과 함께 다뤘다.

<부산일보> 는 21일 사회면에 전공노 관련 소식을 사진과 함께 다뤘다. ⓒ 부산일보 인터넷신문 캡쳐화면

지역별로 보면 경남지역이 가장 극심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경남도와 일선 시·군이 22일을 기한으로 시·군지부 노조사무실 행정 대집행을 통보한 가운데 전공노 측은 단식농성과 법적대응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치를 벌이고 있다. 지역언론은 이를 '사무실 강제폐쇄에 온 몸으로 사수하는 극한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도 전운이 감돈다. 전공노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22일 오후 3시를 기해 관공서의 모든 전공노 사무실을 폐쇄키로 결정했기 때문에 충돌이 불 보듯 뻔하다. 대구시와 시내 각 구청이 19일 대구경찰청에 일제히 경찰력 대비를 요청함으로써 22일엔 행정기관마다 경찰이 들어갈 것이란 지역언론의 뉴스들이 주목을 끈다.

a <무등일보>는 19일  전공노 사무실 폐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분위기를 보도했다.

<무등일보>는 19일 전공노 사무실 폐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분위기를 보도했다. ⓒ 무등일보 인터넷신문 캡쳐화면

광주·전남지역에서도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광주지역 4개 구와 나주시 등 17개 시·군이 자진 폐쇄하라는 계고장을 해당 전공노에 전달한데 대해 노조 측이 반발함으로써 충돌이 예상된다.


경찰과 소방서, 119 구급대 등과 협조를 취하며 충돌에 대비하고 있지만 전공노 측은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전운이 고조된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에서 이를 단신으로 내보내고 있으며 아예 접근을 하지 않는 언론사들도 많다.

이밖에 대전·충청지역과 강원, 제주도 등 전국 각 지자체들마다 전공노 사무실 강제폐쇄 문제를 놓고 홍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 일부 시·군 지역에서는 시민단체와 지방의원들이 전공노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지만 폐쇄 강행방침 뿐 대화와 협상의 여지는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남 고성군 등 일부 자치단체 전공노 지부들은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합법노조로 전환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공노가 현행 공무원노조법이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법외노조를 고집하면서 불법투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전공노 관련보도 보수, 진보, 지역 3부류

a <한겨레>는 사설에서 공무원 노조 사무실 폐쇄에 관한 대응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공무원 노조 사무실 폐쇄에 관한 대응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인터넷 한겨레신문 캡쳐화면

전공노 사무실 문제는 5.31 지방 선거이후 싹트기 시작해 거대한 핵 폭풍처럼 확산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크게 3부류로 갈린다. 중앙의 보수 및 진보, 지역으로 나뉜다. 공통점이라면 곧잘 침소봉대하며 상관조정기능에 충실해 온 신문들이 전공노 문제에 관한 한 매우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 9월 1일 '사태만 악화시키는 공무원 노조 사무실 폐쇄'란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의 대응방법에 초점을 두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정부의 공무원노조 정책이 국제기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 사설은 "공무원노조 합법화가 이뤄졌으나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아 온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전공노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만을 고집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도 9월 12일 사설 '전공노의 위기는 환골탈태의 좋은 기회'에서 공무원들의 쟁의양식을 합법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우선 환영했다. 이 사설은 "엄정한 법집행은 당연하지만 단번에 전공노 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식의 과잉대응을 경계해야 한다"며 "전공노는 신분과 설립목적에 맞는 합리적 대안 모색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지난 8월 28일 '전공노의 불법에 합법으로 맞선 김태호 경남지사'란 제목의 사설에서 "조합원 10만명인 전공노의 위세는 대단하다"고 전제했다. "전국에 240개 지부를 갖고 있고 예산만 해도 한 해 200억원을 쓰는 전공노의 주력은 해직 공무원"이라며 "불법 공무원 노조에 합법적으로 대처하는 김태호 지사 같은 시장, 군수, 도지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지역 언론사들은 물리적인 충돌과 마찰과정을 보다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의 중요기능인 상관조정활동엔 무딘 느낌을 주고 있다. 주로 단순보도에 그치고 있음이 특이할 만하다.

특히 대부분 지역신문들은 스트레이트기사를 통해 파장, 충돌, 마찰 등의 거친 표현으로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분석기사는 물론 사설과 논평, 해설 등을 통한 주관적 가치가 개입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역언론 분석, 논평자제... 왜?

a <매일신문>은 19일 사회면에서 충돌위기로 치닫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19일 사회면에서 충돌위기로 치닫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 매일신문

지역 현안에 관한 한 주관적인 상관조정 기능을 강화해 왔던 지역의 신문, 방송들은 논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마찰이 심화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해만 가고 있다. 중재와 조정을 위한 대화창구가 절실한 시점인데도 언론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피상적인 중계보도에 그치고 있다.

기자실 폐지문제를 거론하는 일부 자치단체 전공노의 불씨가 확대될까 두려워서 일까. 전공노 사무실 폐지방침에 가장 민감한 쪽은 사실 기자실이 여전히 존치되고 있는 해당 자치단체들과 이를 취재공간으로 활용하는 출입기자들이다.

기자실은 존치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전공노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다시 고조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곧 터질 듯이 팽팽한 전공노 사무실 폐쇄 문제에 관한 분석기사나 해설 등을 지면에서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a <제주일보>는 21일 전공노 사무실 폐쇄문제를 놓고 대치국면인 상황을 보도했다.

<제주일보>는 21일 전공노 사무실 폐쇄문제를 놓고 대치국면인 상황을 보도했다. ⓒ 인터넷 제주일보 캡쳐화면

그러나 사실 정부가 각 지자체에 대해 전공노와 맺은 단체협약을 파기하도록 지시해 일체의 편의 제공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에 정작 곤혹스러운 쪽은 일선 자치단체들이다. 동료들과 적이 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다. 협상 테이블에 앉을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더욱 곤란한 처지임을 하소연하고 있다.

자칫 기자실로 불똥이 튈 경우 더욱 난감해질 수도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전공노 사무실 강제 폐쇄시한이 임박해 오고 있지만 언론은 절뚝거리며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환경감시뿐, 상관조정기능 수행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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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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