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는 연결되어 있다

[서평] 미치 앨봄의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

등록 2006.09.23 10:46수정 2006.09.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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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 세종서적

뉴스에서 보도하는 육해공에서 일어난 다양한 참사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저들이 특별한 죄가 있어 한 날 한 시에 신에 의해 처벌된 것일까?' 당혹감과 슬픔에 젖은 희생자의 유족들이 들었다면 우는 사람 뺨 때리는 격인 참으로 황당한 질문이다.

나 역시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자의 삶에 몰아닥치는 불행들이 단지 우연에 의한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삶의 변화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 주길 바라는 것뿐이라면, 참으로 기가 막혀 하는 생각이다.


미치 앨봄의 두 번째 작품인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평생 놀이동산 정비공으로 일한 에디가 공중에서 추락한 놀이기구에 깔려 죽음을 맞이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냉정하고 무심한 아버지로부터, 그 아버지가 평생을 일해온 루비가든으로부터 벗어나길 꿈꿔왔다. 그러나 전쟁에 참전하여 불구가 되어 돌아오기까지를 제외하면 그의 삶은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85세의 생일날 참사를 당한 에디는 죽음 이후 다섯 명의 사람들을 차례대로 만나게 된다. 서크스에서 일하던 몸이 파란 남자,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총을 쏜 대위, 루비가든의 주인공인 루비, 사랑하는 아내 마가릿 그리고 한 소녀. 그들 중에는 에디가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와 자신의 삶이 어떻게 연결됐는지 확인하기 전엔 전혀 몰랐던 사람도 있었다.

미치 앨봄은 이 작품을 통해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우리의 삶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러므로 하나의 행위가 결코 타인의 삶과 무관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천국이란 삶에서 단단히 맺혀 있던 아픔의 덩어리가 풀리는 순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이해함으로써 자기와의 화해에 이른 상태라고 말한다.

정말이지 되는 일이 없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지?' '도대체 내가 잘못한 게 뭐야?'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이지?' 반대로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을 때도 당혹스러움의 측면에서는 같은 의문을 가진다.

불법(佛法)에 의하면 현생의 삶이 전생의 거울이며 현생의 삶이 다음 생(生)을 결정짓는 기준이라고 한다. 지금의 삶이 이제껏 살아온 내 행적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연이라 생각하는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은 실은 우연이 아닌 필연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정해진 운명처럼.


류시화가 번역한 비슬라바 쉼보르스카의 시 <첫눈에 반한 사랑>도 이러한 필연적인 삶을 위트있게 묘사하고 있다. '한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다른 사람이 주웠었다. /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그것이 / 유년 시절의 덤불 속으로 사라졌던 공일지도'라고.

내일이 밝으면 또 다른 행복과 불행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기다리던 사랑의 설렘이거나 가슴 아픈 이별일 수도 있다. 혹은 충성을 다한 회사로부터의 사직통보나 푸짐한 상품이 걸린 이벤트 당첨 소식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미치 앨봄이 이 책을 통해 전한 바를 이해한다면 각자의 삶에 깃든 이면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우리 삶의 의미를 한층 너그럽고 성숙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필진네트워크 홈페이지와 네이버 리뷰쓰기에도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필진네트워크 홈페이지와 네이버 리뷰쓰기에도 게재됩니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살림,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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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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