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밟기 체험 너무 재미 있었어요"

홍천 삼생마을 '머루와인 만들기' 체험을 다녀와서

등록 2006.09.26 16:04수정 2006.09.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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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한점 없는날 코스모스가 살랑살랑 흔들리는게 완연한 가을이다
구름한점 없는날 코스모스가 살랑살랑 흔들리는게 완연한 가을이다김용완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풍경. 햇살까지 따듯해 완연한 가을이다. 분홍색, 흰색 등 선명한 색깔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더 없이 편안하고 평온한 느낌의 주말이다.

지난 23일 강원도 홍천 삼생정보화마을(위원장 김태철)에 위치한 곡산농원에서 '머루와인 만들기' 체험행사가 진행됐다. 서울과 춘천, 홍천 등에서 44명의 가족체험자가 참여해 성황을 이룬 이번 행사에서는 다양한 농촌체험과 생태체험이 함께 준비돼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머루수확 시기인 9월말 2주 동안만(23일·30일) 진행하는 머루와인 만들기 행사는 오전행사인 고구마 캐기를 시작으로 집에서 만든 손두부 전골 점심식사, 곡산농원에서 진행된 머루 따기, 와인 만들기, 물고기관찰하기 생태체험 등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호미도, 고구마도 처음보고... 아빠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고구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 아이들한테 보여주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호미의 용도를 알려주고 고구마가 있을만한 곳을 콕 짚어주었는데도 대부분 참가자들의 호미가 여지없이 흙만 파고 있을 무렵 서울에서 왔다는 한 참가자의 말이다.(웃음)

시간이 좀 흐르면서 요령이 생긴 아이들의 손에 굵직굵직한 고구마가 하나둘씩 들려지면서 밭에 놓아둔 두 개의 상자에 어느새 고구마가 한가득 쌓여갔다. 처음에 맨땅만 파고 있던 아이들도 주렁주렁 달린 고구마들을 흙 속에서 들어올릴 때면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환호성을 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나도 고구마 캤어요
나도 고구마 캤어요김용완

고구마 캐기 체험이 마무리 될 무렵. 행사진행자가 고구마 순을 꺾는 방법과 순으로 팔찌를 하고 놀았다는 여러 가지 얘기를 해주자, 파장분위기의 고구마 캐기 체험장이 순을 꺾는 시간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아이들과 부모님이 어울려 오순도순 고구마를 캐며 정겨운 시간을 나누던 것이, 아이들과 아빠는 고구마 캐기에 엄마들은 고구마 순을 꺾는 시간으로 바뀐 것이다. 신선하고 품질 좋은데다 마음껏 가져가라는 체험진행자의 멘트는 일순간 체험장의 분위기를 변화시킨 중요한 요인이다. 물론 분위기가 이렇게 바뀐 데에는 '아줌마'들의 역할이 컸다.


오전 행사가 마무리되고 체험참가자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긴 줄을 만들어 식당으로 이동한다. 흙 길에 무성하게 자란 풀밭을 지나고, 통나무 대여섯 개로 만든 아슬아슬한 다리를 건너,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인 논길을 걸어가는 수고스러움을 체험하도록 한 것은 농촌체험의 의미를 함축시켜 놓은 좋은 동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 이런 길을 걸어 정성스레 준비한 점심을 맛보러 가보겠는가.

통나무다리를 건너 점심식사하러 가는길
통나무다리를 건너 점심식사하러 가는길김용완



점심메뉴는 두부전골이다. 집에서 만든 손두부로 정성껏 준비했다는 두부전골은 얼큰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대부분의 반찬들이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들어져서 인지 식사시간 내내 아이와 함께 온 아빠엄마의 입에서는 우리 농산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따듯한 가을햇살이 내리쬔다. 식당 옆 냇물의 시원함을 머금은 서늘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코끝을 시원하게 하는 기분 좋아지는 오후다. 일찍 일어나 먼길을 달려와 피곤할 법도 한데, 아이들은 정원의 어항속 물고기와 큰 나무의 그늘만으로도 재미있는 장난감을 찾은 것 같았다.

머루따기 할 때 이런것을 따셔야 합니다
머루따기 할 때 이런것을 따셔야 합니다김용완
'머루와인 만들기' 아빠들이 더 열심이에요

오후에 준비된 체험은 오늘 체험의 하이라이트 '머루와인 만들기'. 머루와인 만들기에서 중요한 첫 번째는 잘 익은 머루를 따는 것이다.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잘 익은 머루를 골라내는 것인데, 머루를 처음 보는(?) 참가자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머루의 씨는 보통 4개가 들어있어요. 색깔이 초록색인 덜 익은 것은 씨가 4개가 들어있지 않을 가능성이 큰 머루입니다"라는 농원 사장님의 설명이 이어지자 체험객들이 신기한 듯 귀를 쫑긋 세운다.

머루따기 재미있어요
머루따기 재미있어요김용완

머루를 담을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를 3개나 가져갔는데도 참가자의 수가 많아서인지 순식간에 머루가 채워졌다. 몇 번 머루 따기에 맛들인 아이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머루를 따거나 직접 딴 머루를 입가에 묻혀가며 먹느라 정신없고, 부모님들은 그런 아이들을 사진 촬영하는데 열심이다.

조금 나른해 질 수 있었던 오후 시간이 이렇게 재미있게 시작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체험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여기에는 머루와인 만들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체험인 머루밟기 체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발바닥 느낌이 이상해요~
발바닥 느낌이 이상해요~김용완

머루를 짓이기기 위해서는 따온 머루에서 알을 떼어내 통에 넣고 손으로 또는 발로 밟으면 된다. 그릇이 넉넉하지 않아 몇 명의 아이만 진행하려한 머루밟기 체험은 부모님과 아이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모든 아이들이 체험을 해보는 것으로 결론 났다. 선착순 5명만 하겠다는 진행자의 말에 아이와 어머니들이 뒤엉켜 손을 드는 풍경이 조용한 체험장을 순간 긴장감 있게 만들어 놓기도 했다.

몇 분 동안의 실랑이 끝에 의기양양하게 양손에 비닐장화를 받아든 모습이 참석한 이들을 한참동안 웃게 만들었다. 하나둘씩 장비를 갖춘 아이들이 통속으로 들어가 자근자근 밟기 시작하자 진보라 색의 머루 즙이 으깨지면서 비닐장화에 색깔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밟는 기분이 짜릿한지 아이들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가 딴 머루에요~
우리가 딴 머루에요~김용완

"발바닥 느낌이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너무 좋아요"라는 아이의 표정에서 이날 체험의 백미는 머루밟기 행사였음을 느낄 수 있다.

정오를 한참 넘긴 출출해질 시간. 농원에서 오전에 캐온 고구마를 삶아 머루즙과 함께 간식으로 제공했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느라 정신없는 사이 어른들만의 시간이 따로 마련됐다. 이유는 머루와인에 관한 것. 오늘하루 아이들 돌보느라 힘겨웠던 부모님, 특히 아버지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을 볼 때 농촌체험 특히 와인체험은 어른들까지도 힘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루밟기를 하다보면 이런일도 생겨요 ㅡㅡ
머루밟기를 하다보면 이런일도 생겨요 ㅡㅡ김용완

농원 사장님의 머루와인 만드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아버지들의 눈빛은 강렬해지기 시작한다. 맛있는 머루와인 만드는 방법을 농원 사장님의 말씀을 빌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잘 익은 머루를 딴다. (집에서 만들 경우 택배로 주문)
2. 머루를 잘 떼어내 짓이긴다.
3. 머루 액즙 10kg에 백설탕을 2kg의 비율로 넣는다.
(머루주 총량의 1/6정도가 설탕이여야 한다고 함)
4. 머루 액즙과 백설탕을 잘 섞어 통에 담는다.
5. 머루 액즙을 담을 통은 스테인리스로 된 통이 가장 좋다. (항아리, 플라스틱 통도 가능)
6. 머루 액즙을 통에 넣을 때 윗공간을 넉넉하게 비워주어야 한다. 통의 끝 부분까지 채워 넣으면 가스가 발생해 터질 수 있으니 유의.
7. 통에 머루 액즙을 넣고 비닐로 입구를 봉한다.
8. 봉한 후 이쑤시개로 구멍 3개 정도를 뚫는다. (가스배출)
9. 처음 한 달간은 보관 장소의 온도를 25도가 유지되도록 한다.
10. 25도씨로 보관한지 1주일 뒤에 국자로 머루액즙을 다시 잘 섞어준다
11. 계속 25도씨로 2주간을 더 보관한다.
12. 두 번째 달에는 보관온도를 17도씨로 조정한다.
13. 17도씨로 보관 시 비닐로 통 입구를 완전 밀봉한다
14. 보관한지 100일 후 개봉한다.
15. 12도의 머루와인이 완성된다.


완성된 머루와인. 사진은 지난해 만들어 놓은 와인.
완성된 머루와인. 사진은 지난해 만들어 놓은 와인.김용완

머루와인 만들기가 마무리되고 오늘 체험의 마지막 행사인 생태체험이 진행됐다. 농원 바로 옆에 위치한 냇가에서 진행된 생태체험은 아이들에게는 산교육 시간이다. 냇물의 수량이 많지 않았는데도 그물만 갔다 데면 잡혀 나오는 생소한 물고기들의 이름과 모습에 신기하기도 했겠지만, 해박한 지식을 가진 진행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아이들의 환호성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미끈미끈하고 비린내 나는 물고기를 서로 만져보겠다는 아이들. 잡은 물고기를 다시 놓아주자는 진행자의 말에 서로 하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조용한 냇가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해가 거의 드러누울 즈음 '머루와인 만들기' 체험행사가 마무리 됐고, 행사에 참여한 분들께 정성껏 준비한 머루액 즙과 고구마 등이 선물로 제공됐다. 한 아름 받아 가는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얼굴에서 풍족한 미소를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친구가 되어준 강아지들과 떨어지는 게 못내 아쉽고,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은 지난해 만들어 놓은 와인과 방금 딴 머루를 구매하느라 바쁘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온 한재유씨는 "아이 때문에 체험행사를 많이 다녀야 하는데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농촌과 도시가 이런 만남을 통해 더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체험을 해보니까 우리가 먹는 농산물이 참 많은 일손이 가야만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며 "농촌으로 자주 다녀야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천에서 엄마와 함께 참여한 홍지은(초등3) 어린이는 "머루밟기 체험 할 때 느낌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며 "다음에는 오미자체험에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갯벌체험 경험이 있는 함성우(홍천/초등2) 어린이는 "엄마가 인터넷을 보고 참여하자고 해서 왔다"며 "머루밟기 체험과 물고기 잡기 체험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 물고기 이름 아니?
이 물고기 이름 아니?김용완

덧붙이는 글 | 삼생마을의 ‘머루와인 만들기’ 체험은 오는 30일 올해의 마지막 행사를 진행한다. 관련 내용은 마을 홈페이지(http://samsaeng.invil.org)에 가면 자세히 확인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삼생마을의 ‘머루와인 만들기’ 체험은 오는 30일 올해의 마지막 행사를 진행한다. 관련 내용은 마을 홈페이지(http://samsaeng.invil.org)에 가면 자세히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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