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9일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오른쪽)와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왼쪽)가 송민순 수석대표(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악수가 있은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 조치를 발표했고 6자회담은 공전됐다.연합뉴스 성연재
물론 미국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은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북한은 6자회담에 나오려고 하지 않았고 따라서 제재는 필연"이라는 명분 만들기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위폐 문제를 해결한 뒤 북 인권·마약 및 위조 담배 등 제조·미사일 문제·일본인 납치문제 등을 하나하나 탁자에 올려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여전하다. 이런 사안들은 북·미 국교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 '일괄 타결'될 문제들이다.
지난해 9월 19일 6자회담 직후 미국은 위폐 문제를 들어 금융제재를 실시했다. 9·19 타결 직후 북한이 '선 경수로 제공을 약속해달라'고 공세를 취하자, 이런 북한의 요구를 무력화시키는 협상 전략차원에서 미국이 위폐 문제를 제기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6자 회담 자체가 무력화되고 말았다.
지난 3월에도 만났는데... 이번에는 정말일까
북한과 위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 관리들의 말이 '해결' 의지를 깔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올 3월 뉴욕에서 위폐 문제와 관련한 북·미 접촉이 있었다.
당시 리 근 외무성 미주국장은 "미국이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면 제조자를 붙잡고 종이·잉크 등을 압수한 뒤 미 재무부에 통보할 수 있다"며 위폐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간 비상설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북한이 "미국 은행에 북한 계좌를 개설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거부했다. 당시 북미 접촉 며칠 전인 올 3월 4일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번 북미간 접촉은 대화라고 부르기도 뭣한, 단순히 불법 금융활동과 관련 미 애국법에 대한 기술적 브리핑일 뿐" 이라고 못을 박았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만약 미국이 위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당시 북한의 제안을 받았을 것"이라며 "현재 미국이 말하는 위폐 문제와 관련한 대화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