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도메네오>의 한 장면. 왼쪽부터 부처, 무함마드, 포세이돈, 예수가 서있다.EPA=연합뉴스
"테러리스트에게 알아서 굴복" "비겁하다"
그러자 익명의 여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 이외에 뚜렷한 위험신호가 없는 상황에서 미리 공연취소 결정을 내린 극장총감독 함스에게 "테러리스트들에게 미리 앞서가 굴복한 행위", "자기검열을 통한 항복", "비겁하다" 등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함스는 안전문제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른 것이며 총감독으로서 관객과 극장을 만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극장총감독 함스에게 오페라 공연취소를 적극적으로 권했던 베를린주정부 내무장관 에르하르트 쾨어팅 또한 "당시 구체적인 테러위협의 증거는 없었다"고 시인했다.
경찰 또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순전히 익명의 전화 한 통화를 근거로 "예상할 수 없는 위험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어느날 갑자기 오페라극장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려 극장총감독 함스에게 공연취소를 권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베를린 경찰청장 디터 글리취는 극장측의 결정을 지지한다며 무함마드 만평사건 이후 (오페라에서) 무함마드의 잘린 목이 보여지는 그런 장면은 "위험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만평사건에다 최근 교황의 이슬람 비하발언으로 불거진 이슬람계와의 갈등이 경찰당국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극장측의 결정을 둘러싸고 극장총감독 함스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문화, 정치권의 격렬한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총리까지 나서서 비난... 이슬람권은 의견 엇갈려
안겔라 메르켈 총리는 일간지 <노이에 프레세>를 통해 "테러의 두려움으로 인한 자기검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며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점점 뒤로 물러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연방정부 문화언론위원회위원장 베른드 노이만은 "우리가 비판과 논쟁을 두려워한 나머지 예술의 자유를 포기한다면 문화간의 대화는 성공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도메네오>의 감독을 맡은 한스 노이펠스 역시 "2003년 초연 당시에도 큰 논란을 일으켰지만 당시 테러의 위협이나 직접적인 공격은 전혀 없었다"며 함스의 결정을 "앞서나간 굴복, 히스테리"라고 묘사했다.
'공연 취소는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공영방송 ARD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14156명, 29일 현재)의 87.4%는 '아니오', 11.3%는 '예'라고 대답했다.
한편 독일의 이슬람계 대표들도 분분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슬람평의회 의장 알리 키지카야는 "무함마드의 잘린 목이 나오는 그런 장면은 무슬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극장측의 공연취소결정은 잘한 일"이라고 환영한 반면, 터키인협회 연방의장 케난 콜랏은 극장측의 결정에 대해 "수치스런 일"이라며 "예술의 자유와 같은 특정 몇가지는 무슬림들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우리는 중세적 분위기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무슬림 역사적 회담 "공연을 지지한다"... 그러나
격론이 벌어지는 가운데, 지난 27일 베를린에서는 역사적인 공식회담이 열렸다. 연방내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의 주도로 독일정부관료 15인과 독일거주 320만 무슬림을 대표하는 15인의 이슬람대표자들의 공식 회담이 열린 것.
회담이 끝난 후 내무장관 쇼이블레는 "이슬람계 대표자들을 포함해 30명의 회담 참가자들 거의 모두가 <이도메네오> 공연을 지지하는데 합의했으며 회담 참가자 모두가 함께 오페라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도이체오퍼극장의 대변인 알렉산더 부쉐는 이슬람계대표자들의 지지선언은 환영할 만 하지만 "그런 지지선언이 극장측의 결정을 바꿀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연의 성사여부에 대해 "안전상의 문제만 보장된다면 진지하게 검토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페라 공연의 여부는 안전문제에 달려있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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