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 참석한 반기문 외교부장관과 라이스 미 국무장관. 두 장관은 이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느닷없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관하여 양국 정부의 양해사항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로이터/연합
1월 23일 필자가 맨처음 <오마이뉴스> 기고문을 통해 영문해석상 '한국군'이 가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미군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동북아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하지만 아무도 여기에 주목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정부는 '주한미군'이 동북아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반기문 장관이 '주한미군'이 아닌 '한국군'이 동북아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기문 장관은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에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일관된 발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의 해석대로라면 일관성이 있는 것이고, 지금까지 정부나 모든 언론의 해석대로라면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지금까지 이처럼 언론과 국민의 100% 잘못된 이해를 방치하고 있었을까. 아니, 왜 알고서도 그대로 두었을까? 한 마디로 왜 국민을 속이고 있었을까?
왜 국민을 속였을까?
전략적 유연성 인정은 주한미군의 완벽한 자유를 보장하게 된다. 입출입의 자유가 주한미군에게는 부여되는 것이다. 더 이상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위군'이 아니다. '동북아기동군'이 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성격은 '대북억지력'에서 '동북아 억지력'이 되는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역시 당연히 그 성격이 변화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 방위와 미 본토방위를 상호 목적으로 한다. 주한미군은 한반도방위 뿐만 아니라 동북아 등을 비롯한 '전세계적 방위'를 목적으로 주둔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성격이나 기지 성격이나 협정 성격도 당연히 변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했다. 미군의 전면적 철수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를 국회의 동의가 아닌 한미간 전략적 대화로 만들고 만 것이다.
미국에게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백지수표를 쥐어준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비용 전액부담청구권, 환경오염치유비용 전액부담청구권, 미군주둔비용분담금 증액청구권 등 이 모두를 '자주'와 '민족자존'이란 포장으로 미국의 손에 들려주었다.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숨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알린 필자와 이종헌 외무관은 느닷없이 '강경반미자주파'가 되고 말았다. 주한미군 전면적 철수 위험성을 강조한 사람이 어떻게 '강경반미자주파'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사실을 숨기고 싶었던 외교안보팀의 고충은 이해한다. 그래서 그토록 '발설자' 색출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경향신문 그리고 한겨레신문의 사설을 제외한 전 언론의 '융단폭격'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미군 전면적 철수위험성을 강조했고, 주한미군의 성격변화를 강조했고, 국회의 주권을 강조했음에도 왜 그래야만 했을까. 지금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증세' 논쟁에 그토록 익숙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왜 100억달러 이상을 퍼주게 되는 이 논쟁에는 끼어들려 하지 않았을까. 참여정부의 실책과 거짓말을 비판할 수 있는 '최고의 소재'인데도 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가.
주한미군을 언제라도 뺄 수 있는 근거를 참여정부가 만들어주고 말았는데도 왜 한나라당은 가만 있었을까. 그러다가 왜 전시작통권 논쟁에서만 이토록 호들갑을 떠는 걸까. 미군은 이미 동북아분쟁에 빠져나간 사이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도대체 작통권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전략적 유연성은 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