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덕분에 재일한국인 위상 높아졌어요"

[재일조선인 인터뷰②] 한국음식점 경영하는 김성수씨

등록 2006.09.29 20:32수정 2006.09.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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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자민당 새 총재에 아베 신조 전 관방장관이 당선되면서 일본 국민은 물론 한국에서도 앞으로 한일관계에 관심이 높다. 한일관계는 최근 야스쿠니·독도 등을 둘러싼 외교마찰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일본 정치에 대한 한국의 관심도 이것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일관계는 야스쿠니·독도가 전부가 아니다.

기자는 일본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한국국적이든 조선적이든)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진정한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한 과제들을 3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 민족, 특히 재일 교포에 관심을 둔 것은 그들의 삶 자체가 우리의 모습, 일본의 모습, 그리고 한일관계를 동시에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주>


일본 재계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방크의 손정의씨,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된 강상중씨, 일본 프로야구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김지헌(일본명 가네모토 토모아키) 선수 등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교포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김성수씨. 비록 유명인은 아니지만 그도 한국음식점이라는 사업을 통하여 일본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재일교포 3세다. 38세의 젊은 나이지만 그는 벌써 5군데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마스터'로 불린다. 종업원 수만 해도 150여명에 달한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일본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일본사람한테는 절대로 지지 말라고 들어오며 자라왔어요. 처음에는 비디오가게부터 시작했지요. 그 후 야키니크(불고기) 가게를 하며 돈을 조금 모은 후에 지금의 이 가게로 확장한 거예요."

재미교포, 재중교포, 재러시아교포 등과는 달리 재일교포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이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힘은 약해지지 않은 채 지금도 대물림되고 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현지인에 대한 특히 강한 경쟁심이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방인으로서 현지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그 원동력이라는 것이 한일간의 가슴 아픈 과거와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역사의 산물이기에 결코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그 원인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진실한 반성과 그에 따른 실천이 부족한 일본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적대적이었던 남북한 간에도 화해와 관용, 상호이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 '일본인'보다는 '일본놈'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우리의 모습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김씨 가게의 이름은 '해운정'이다. 그의 할아버지의 고향이 부산 해운대였기 때문에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하기 전까지 그도 예외 없이 재일한국인으로서 차별을 경험해야 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는데 재일교포(한국인, 조선인)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재일계 금융기관을 찾아가 빌렸지요. 금리가 비싸도 할 수 없었어요."


"한류 덕분에 일본 학부모들이 한국을 인정하고 있어요"

한류가 가게 매출은 물론 교포들의 위상도 높여주고 있다고 말하는 김성수씨.
한류가 가게 매출은 물론 교포들의 위상도 높여주고 있다고 말하는 김성수씨.허재철
최근 한류 붐 덕분에 매상이 올랐다고 좋아하는 그는 단순히 매상 때문에 한류가 반가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예전에 재일한국인(조선인)은 많은 차별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한류 붐 덕분에 재일한국인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

"저는 지금 2명의 자식이 있는데 큰아이가 일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예전에는 차별이 있었기 때문에 국적을 속이고 일본학교에 다니거나, 아니면 민족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국적을 내놓고 떳떳이 일본학교를 다녀요. 한류 붐 덕분에 일본 학부모들이 한국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비록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좋아졌다고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일본사회 속에서 차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납치문제 등으로 인해서 일본사회에서는 조선인(물론 조선인이 북한국적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일본인은 조선인을 북한국적 교포라고 생각한다)이라고는 말 못해요. 북조선이 물론 잘못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저는 일본 매스컴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대로 현재 일본 매스컴이 북한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마치 우리의 60, 70년대 반공정권 시기를 보는 듯하다. 흥미 위주로 미사일 문제에 대해 위기의식을 조장하거나, 북한을 미끼로 군사대국화로 나아가는 정치권에 대한 견제부족 등. 특히, 일본의 언론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의견을 한국 내의 전체적인 의견인 양 보도하면서 한국여론을 왜곡 전달하는 일도 일반적이다.

자신감 가지고 일본문화 받아들여야

한편, 이야기는 한류에서 한일 문화교류, 정치적인 이야기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일본에서는 한류 붐 때문에 한국 드라마, 음악 등 한국의 많은 문화가 적극적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반면에 한국에서는 일본문화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겁을 먹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한국 문화가 훌륭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문화도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야스쿠니 등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한국의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너무 라이벌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어요. 그냥 일본 수상이 야스쿠니에 가든 말든 무시해 버리고 전체적으로 한일간 파트너십을 가지고 풀어나갔으면 좋겠어요."

물론 문화나 정치에 대한 그의 생각에는 허술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서민으로서 느끼는 답답함이나 한류와 같은 민간부분의 교류가 정치적인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렇겠지만 한류라는 민간부분의 교류가 자신들에게는 생계의 문제, 사회적 지위의 문제로 다가오는 교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자민당 새 총재로 당선된 아베 신조 씨에 대해 김씨는 우려를 표시한다. 그 이유는 아베 총재가 고이즈미 전 수상보다 대북관이 더 나쁘기 때문에 북일관계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록 그는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아내도 결혼 전까지 조선적을 가지고 있었고, 일본 교포사회라는 곳이 한국국적이든 조선적이든 한반도의 사람들처럼 선을 긋고 남남처럼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김씨지만, 꿈은 한국에서 일본식 야키니크(불고기)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김씨의 꿈은 개인적인 소망인 동시에 가깝지만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파트너, 둘도 없는 이웃나라가 되기 위한 '한일 민간교류 사절단'으로서의 꿈이다.

한일간에는 풀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다. 정치적인 것에서, 역사인식의 문제, 경제적인 문제 등. 그러나 이러한 과제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호이해가 필수적이다. 일본인이 '조센징(조선인)'에 대한 차별의식을 버리고, 우리들은 '일본놈'을 '일본사람'으로 부르며 상호 적극적인 교류를 할 때, 정치·경제적인 문제, 역사정리를 위한 접근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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