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무대를 통해서 회상의 이미지를 구현한 삼일유가 장면김기
이번 작품은 '나,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리'란 상당히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부제를 달고 있다. 현재하는 '나'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그(한성준)'를 회상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 구조가 이번 작품이 한성준 춤의 복제적 나열이 아니라 한성준이 가진 창작성에 대한 현재화, 개인적 육화로 승화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다.
삼일유가(三一遊街.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사흘 동안 시험관과 선배 급제자와 친척을 방문하던 일)를 수미일관의 수법으로 채용해 회상의 이미지와 동시에 주제의 상징으로 중복시킨 점은 연출의 백미로 꼽힌다. 이 장면에서 무용수들은 순환하는 무대에 올라 갖가지 춤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삽화로써가 아니라 기실 모두 한성준에게 춤의 동기이자 또한 결과가 된 것들이다. 그것 외에도 줄타기까지 동원한 사당패의 놀이모습, 일무의 변형 등 춤의 대향연이 볼거리로 제공되었다.
작품 속 한성준은 나레이터와 주제인물로 번갈아 등장한다. 심지어 한성준 스스로의 회상 속 한성준까지도 동시에 등장하기도 한다. 춤만 봐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연극적 기법이 숨겨져 보는 재미를 쏠쏠히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태평무를 출 때에는 왕의 복장을 입은 나레이터에서 전격적으로 직접 그 춤을 함께 추는 동락(同樂)의 한인(閑人)으로 전환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장면만 따로 보면 마치 왕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한성준이 말년에 왕의 복장으로 춤을 춘 적이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재현으로 오늘날 우리가 해석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창작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왕과 같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말년의 한성준이 왕의 마음으로 춤을 춘 장면은 그의 일생을 반추하는데 적절한 채용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