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했던 내 동생 생일파티

친구들이 21명이나 왔던 동생의 행복한 생일파티

등록 2006.10.03 08:26수정 2006.10.0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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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들입니다. 가운데에 있는 것이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 겸 게임기입니다.
동생이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들입니다. 가운데에 있는 것이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 겸 게임기입니다.남희원

“엄마 저 딱 14명만 데려올게요.”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 동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께 건 전화입니다. 시험 기간이라 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있던 저는 그 전화의 내용을 듣고 내심 놀랐습니다. 평소부터 동생이 붙임성이나 적응력이 좋긴 하지만 생일파티에 14명씩이나 데려온다는 소리에 말입니다.

생일파티 며칠 전부터 동생이 친구를 16명이나 데려올 거고 올 친구들의 명단까지 적어왔을 때에 저희 가족 중에 동생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저 한번 해보는 농담이겠거니 하고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굳은 의지(?)로 친구들을 데려왔던 겁니다. 더욱이 한 예닐곱 명쯤 오려니 여기셨던 저희 엄마는 그 분량의 음식을 준비하셨고, 덕분에 언니와 저는 슈퍼로 김밥 집으로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했습니다.

동생이 전화를 건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되었을 때 문 밖에서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문을 열어주니 많은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모두 초등학교 3학년 같은 반인 아이들은 이것저것 말을 해대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린 아이들이지만 어찌나 소란스러운지 내심 놀랐습니다.

처음에 동생이 데리고 온 친구들은 모두 14명이었습니다. 그 정도로도 약간 황당했던 엄마와 저희를 놔두고 동생은 다시 밖으로 나갔고, 5명 정도를 다시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순간 입이 딱 벌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방에 들어가 있으니 잠시 후에 집안이 조용해졌습니다. 점심을 다 먹고 근처 중학교로 놀러 간 모양이었습니다. 조심스레 밖으로 나가보니 집안 가득 빈 접시와 포장지와 선물이 널려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놀러 갔지만 몇몇 아이들은 동생의 책상에, 소파에 앉아서 열심히 책을 읽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같은 아이들 가운데 이런 애가 있고 저런 애가 있다는 사실을 내심 깨달았습니다. 물론 동생은 잘 놀뿐만 아니라 약간 촐랑촐랑 대는 편에 속하지만 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보면서 동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우리가 조금 더 잘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근처 학교에 놀러갔던 동생이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돌아옵니다. 이유인즉슨,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에게 삐져서 더 이상 놀지 않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엄마는 동생에게 네 생일파티에 온 거니까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잠시 후 아이들이 모두 다 같이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동생이 화해시킨 게 틀림없습니다. 갑자기 동생이 대견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동생에게 졸라서 선물 몇 개를 얻어냈습니다.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친구 한 명이 준 라디오 게임기입니다. 덕분에 하루 종일 뿅뿅뿅 하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생일파티에 온 아이들의 총 명수를 세어보니 총 21명입니다. 정말 엄청난 숫자인데 이 아이들을 다 데리고 온 동생이 황당하기도 하고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생일파티 때 그 많은 아이들의 시중(?)을 들으셨던 엄마는 아이들이 간 후에도 하루 종일 누워계시면서 내년엔 생일파티를 안 해 줄 거라고 끊임없이 되뇌십니다.

하지만 아마 동생은 내년에도 생일 파티를 또 하자고 조를 겁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그 다음 년에도. 비록 몇 시간 안 되었지만 동생에게는 1년에 딱 한번 있는 생일인 만큼 매우 행복한 시간이었을 겁니다. 문득 내년에도 동생의 생일파티를 할 수 있도록 밀어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금 까불기는 하지만 준비물이 있을 땐 하루 전부터 꼬박꼬박 준비해가며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는 동생에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동생한테 받은 선물. 왼쪽의 젖소무늬 저금통이 언니 것이고 오른쪽의 필통이 제 겁니다. 이쁘죠???
동생한테 받은 선물. 왼쪽의 젖소무늬 저금통이 언니 것이고 오른쪽의 필통이 제 겁니다. 이쁘죠???남희원

덧붙이는 글 | 남희원 기자는 중학생입니다.

덧붙이는 글 남희원 기자는 중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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