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을 샀는데 왜 젓가락을 안 주지?

<상해를 가다 21> <풀하우스> 송혜교의 나무젓가락 미스터리

등록 2006.10.03 14:57수정 2006.10.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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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바로 이 장면. 나무 젓가락으로 송혜교가 컵라면을 먹고 있다!

바로 이 장면. 나무 젓가락으로 송혜교가 컵라면을 먹고 있다! ⓒ KBS

"어 젓가락으로 먹네?"


예전 한창 인기를 모았던 송혜교와 정지훈(비)이 주연한 <풀하우스>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보면 1회에 송혜교가 중국 상하이에 가서 우리나라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송혜교가 젓가락을 이용해 라면을 먹는다는 것입니다.

그게 뭐 주목할 일이냐고요?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중국 컵라면에는 젓가락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무젓가락 대신 중국에서 파는 컵라면 속에는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있습니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우리나라 컵라면도 그러냐고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풀하우스>에서 송혜교는 어떻게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먹었을까요? 드라마 속에서 송혜교가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 하는 것으로 나오고 짐을 푸는 듯한 장면에서 컵라면을 내려놓은 것으로 볼 때 아마도 한국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국에서 컵라면과 함께 나무젓가락도 같이 챙겨오지 않았을까요?

만약 드라마 속 송혜교처럼 중국에 처음 오시는 분이라면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아니라 휴대 가능한 젓가락을 준비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 중국에 왔을 때 가장 고생하는 것이 바로 음식입니다. 한국 음식점에 가자니 어디인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중국어로 가득 쓰여져 있는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시키자니 두려운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특히 돈을 절약하고자 배낭여행을 하는 분들의 경우에는 가이드 없이 혼자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국에 처음 와서 많은 이들이 택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자주 보던 컵라면입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비교적 발달한 도시에는 우리나라 컵라면을 편의점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컵라면이니 입에도 맞을 것이고 편의점 같은 가게에는 계산대에 얼마가 나오는지 찍는 기계가 있기 때문에 숫자만 보고도 얼마든지 돈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컵라면을 사고 젓가락을 찾았던 기억


a 겉에서 보기에 분명한 우리나라 상표 컵라면이다.

겉에서 보기에 분명한 우리나라 상표 컵라면이다. ⓒ 양중모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입니다. 저 역시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컵라면을 사서 기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컵라면을 사오고 나서 젓가락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알아서 챙겨주었을 텐데 이런 것도 챙겨주지 않냐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았습니다. 중국의 서비스에 대해 혼자서 열심히 비판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컵라면을 샀던 곳으로 돌아가 젓가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때는 손짓 발짓을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안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 열이 좀 받았습니다.

중국 사람들 돈 아낀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나무젓가락 하나에도 쩨쩨하게 굴 줄은 몰랐다고 투덜거렸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일단 컵라면을 먹어야 하니, 뜨거운 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뜨거운 물 속에 보이는 희멀건 것을 보고 혼자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컵라면 속에는 바로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오래 있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국에서는 컵라면을 먹을 때 포크를 이용해 먹습니다.

나무젓가락 대신 플라스틱 포크를 주는 것입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혼자서 중국에 대해 열심히 안 좋은 소리만 하였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웃긴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a 무심결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가는 포크를 씹어먹을지도 모른다.

무심결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가는 포크를 씹어먹을지도 모른다. ⓒ 양중모

가끔 포크를 이용해 라면을 먹기도 하지만 역시 20년 넘게 젓가락으로 라면을 먹은 습관이 들어 쉽지가 않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나무젓가락을 주는 곳도 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장기간 거주하는 유학생들 가운데는 개인용 젓가락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습관을 들이려고 해도 포크로 라면을 먹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마치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다가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할까요?

하지만 가끔은 포크로 라면을 먹어보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중국인들이나 한국인들이나 다 같은 사람인데 중국인도 할 수 있는 것을 저라고 못할리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중국 친국들과 만나서 같이 컵라면을 먹어야 할 때 친구들은 포크로 먹고 있는데 혼자서 젓가락을 들고 먹는 것도 그리 보기 좋아 보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한 것처럼 중국에 왔으니 중국의 생활 습관에 보다 익숙해져야 할 겁니다. 중국에 오래살 생각이라면 언제까지나 그들과 저를 구분해가면서 살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중국으로 여행 올 일이 있으시다면 컵라면을 사서 플라스틱 포크가 있는지 꼭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풀하우스>의 송혜교처럼 컵라면에 물을 받으러 다니다가 멋진 이성과 인연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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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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